이틀 전까지만 해도 테니스 역사의 모든 것이 바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48시간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코비치가 페더러를 돌려세우고 프랑스오픈 결승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나달은 이미 앤디 머레이(23ㆍ랭킹4위ㆍ영국)를 꺾고 결승에 오른 상태였다. 결국 조코비치와 나달의 맞대결이란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랭킹 1위 자리는 우승여부와 상관없이 조코비치의 몫이 된다. 2004년 이후 7년 동안 페더러와 나달이 지배하던 남자단식 양강 구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테니스 '정권교체'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 그런 희망과 기대들이 프랑스오픈 대회기간 내내 롤랑가로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세계 주요언론들은 나달의 1회전 경기를 지켜보고 조코비치의 황제등극을 섣불리 점치기까지 했다. 디펜딩 챔피언 나달이 강서브에 의존하는 존 이스너(26ㆍ45위ㆍ미국)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풀세트 접전끝에 2회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달 역시 "내가 지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그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이에 반해 조코비치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굳이 맞수를 꼽자면 3회전 상대였던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22ㆍ22위ㆍ아르헨티나) 정도였다. 그러나 나달은 1회전 이후 자신의 모든 것을 되짚기 시작하며 재무장에 나섰다. 나달은 우승직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각오로 리모델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페더러와의 한 경기를 넘지 못해 연승기록과 랭킹 1위 자리 모두를 잃고 말았다. 8강에서 기권승을 거두고 4강에 오른 것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예상치 못한 4일간의 휴식이 리듬을 잃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달은 랭킹 1위를 수성한 데 이어 통산 6회 우승으로 활짝 웃었다. 페더러도 얻은 게 많다. 조코비치의 연승에 마침표를 찍어 황제로서의 자존심을 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페더러는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나이 때문에 체력을 거론하는데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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