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의 동업이 제대로 이뤄진 덕분입니다.”(청과팀 최중훈 MD)
“전국의 냉동 창고를 몽땅 뒤졌지요.”(축산팀 신재관 MD)
롯데슈퍼가 최근 TV 인기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이색 사내 경연대회를 진행했다.‘나는 MD(상품기획자)다’라는 타이틀로 매장에서 상품을 기획ㆍ진열하는 MD가 자신들이 준비한 특정 상품을 일주일 동안 판매, 소비자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은 최후의 1인을 가리도록 한 것. 두 차례 이뤄진 경연에서 최중훈(39) MD와 신재관(32) MD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1차 경연에서 우승한 최 씨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형슈퍼 등 모든 유통매장을 통틀어 햇수박을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며 전체 준비물량 5만통을 모두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2차 우승자 신씨도 호주산 소고기브랜드인 ‘AAB’와 단독계약을 통해 시중보다 싼 가격에 소갈비를 판매, 역시 30톤을 모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과일과 채소, 정육, 수산 등 9개 부문에 100여명의 MD들이 참여한 두 차례 경연에서 두 명의 우승자는 가장 많이 자신들이 임의로 선정한 아이템을 판매했을 뿐 아니라, 품질 및 가격 경쟁력, 물량 수급능력, 생산자 상생지수 등 내부의 평가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들의 비결은 뭘까.
정확한 수요 및 날씨 예측과 함께, 좀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직접 생산 현지를 발로 뛰어다닌 결과라고 우승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MD들은 내년 달력을 처음 받으면 가족 생일 등 집안 대소사와 함께 설과 추석 등 명절이 언제인지 우선 살핀다”며 “매일매일 계획이 적힌 이전 달력도 3년치 정도 보관하면서 수요 예측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가 기획한 올해 첫 수박(5㎏미만 한 통)은 롯데슈퍼에서 4월13일부터 일주일간 9,900원에 판매됐다. 경쟁업체들보다 판매시기는 일주일 빨랐고, 가격은 무려 5,000원 가량 저렴했다. 이런 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최 씨가 미리 4월 중순 수박 출하를 목표로 경남 함안 수박농가들과 협의, 지난해 11월말부터 육묘를 시작하는 등 남들보다 한 발 빨리 움직였기 때문.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4월까지도 남부지방 과수농가들이 냉해를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다른 MD들은 첫 수박 출하시기를 조금씩 늦췄지만 최 씨는 개의치 않았다. 올해는 여름이 빨리 시작돼 수박에 대한 수요가 시기적으로 이른데다, 배추파동으로 인해 수박재배가 줄 것도 예상한 것이 그대로 적중한 것. 최 씨는 “올해는 하느님이 도와준 덕분에 날씨도 좋았다”며 “롯데슈퍼 청과팀을 믿고 수박생산에 참여해준 농가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웃었다.
하지만 언제나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한 돌발상황은 이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다. 하루 평균 소 도축물량이 국내 전체 물량(1,100두) 보다도 100두 나 더 많은 호주의 대형 농장과 지난해 7월 독점공급을 체결해 안정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육을 공급해 우승한 신씨의 경우 지난해 말 호주에서 발생한 홍수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홍수로 현지 목장들이 쑥대밭이 되면서 수입육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 신씨는 “호주 수입육 기획상품을 판매한다는 전단지는 이미 전국 가정에 뿌려진 상황에서 고기는 수입이 안 되던 올해 초 기억만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이미 광고한 내용대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며칠간 집에도 못 들어가며 전국의 냉동창고를 뒤졌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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