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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1954년生 한국일보와 동갑' 독도 등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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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1954년生 한국일보와 동갑' 독도 등대를 가다

입력
2011.06.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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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동해의 푸른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회색 빛 수평선에 어선들의 불빛이 하나 둘 늘어갈 즈음, 때맞춰 동도 정상에서 맑고 투명한 빛이 규칙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는 동해바다를 움켜잡을 듯 훑고 지나 서도의 허리에 흰 띠를 두른다. 서도에서 자취를 감춘 해가 동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회전은 멈추지 않는다. 칠흑같은 밤바다 한가운데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은 동해를 오가는 선박에겐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인 동시에 더없이 반가운 희망이다.

독도 등대(정식 명칭은 독도항로표지관리소)는 1954년 첫 불을 밝힌 이래 57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망망대해 동해의 밤을 지키고 있다. 무인등대로 건설돼 운영되다 일본의 끊이지 않는 영유권 주장에 1998년 유인등대로 다시 건축됐다. 현재는 포항해양항만청 소속 3명의 직원이 등대를 지키고 있다. 6명 2개조로 나뉘어 1개월 근무에 1개월 휴식, 2년을 채우면 육지로 이동하는 순환근무 형태다.

이들 항로표지관리원(통상 등대원으로 부름)은 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행여 초가을 태풍이 몰아치거나, 겨울철 강풍과 악천후가 계속돼 교대시기를 넘기면 외로움은 근심으로 바뀐다. 꼼짝없이 두 달을 갇혀 있는 경우도 있다. 오정욱(41)씨는 "겨울철에는 3일 동안 건물 안에서만 지낸 적도 있다. 밖에 나가면 몸을 가눌 수조차 없을 만큼 바람이 강하다"며 독도의 사나운 겨울 날씨를 전했다.

독도에 들어올 때는 한 달 먹거리를 직접 싸서 들고 와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을 생각하면 짐은 더욱 늘어난다. 근무교대 때마다 이삿짐 같은 짐 꾸러미를 배에서 옮기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등대지기 생활은 당연히 낮보다는 밤에 더욱 바빠진다. 일몰과 동시에 등명기에 전원을 올리고 낮 동안 태양열로 발전한 전기를 모아둔 축전지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육안으로 보이는 파도의 높이를 기상청에 보고하는 일도 주요업무다. 야간에 집중력을 높여야 하니 피로도 가중된다.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태(30)씨는 "소장님, 선배님과 나이차가 많은데 그 분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이 외롭고 힘든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아끼지 않았다.

2년간 독도 등대 근무를 끝으로 섬 근무를 모두 마친 윤영철(54) 소장은 "단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라며 뭍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묵묵히 등대지기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뿐이었다. 말없이 책임을 다하는 등대지기의 외로운 일상처럼 독도 등대는 57년간 국토의 동쪽 끝을 지켜오고 있다.

독도 등대가 불을 밝힌 1954년은 한국일보가 한국 언론사에 새 발걸음을 내디딘 해이기도 하다. 등대의 불빛은 절제 없는 강렬함도, 가식적인 유혹도 아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공평하게 빛을 발해 어둠을 밝히고 각자의 길을 안내할 뿐이다. 언제나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독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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