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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성폭행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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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성폭행 의사

입력
2011.06.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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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졸업을 앞둔 예비 의사 3명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가해자들은 성추행이라고 주장)한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6년 간 알고 지낸 동기에게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훗날 여성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줄지 궁금하다. 인터넷에선 이들의 출교를 바라는 청원이 하루 만에 목표 인원을 넘어서는 등 "의사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대학이 출교 조치를 내리면 이들은 졸업이 불가능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반면 퇴학을 시키면 일정 기간 후 재입학이 가능해 몇 년 뒤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 2007년 6월 경남 통영의 40대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마취시킨 뒤 성폭행해오다 구속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의사협회는 이 의사에게 3년 간 회원권리를 정지시키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폭행 의사의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다만,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 안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산 의사가 형 만료 후 다른 지역에서 의료행위를 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는 셈이다.

■ 한 의료 전문지가 의사 225명에게 통영 성폭행 의사의 징계 수위를 물어봤더니, 46.2%가 평생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밖으로 표출되는 의료계의 의견은 다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1월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의 면허를 영구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의료계는 즉각 반대 의견서를 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다른 법령과 비교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의료계 반대로 좌절됐다.

■ 감사원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의사의 수는 2006년 35명, 2007년 40명, 2008년 48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의사는 직업 특성상 진료 현장에서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직업윤리나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은 뒷전인 현실이다.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무시하는 진료는 정당한 의료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 선량한 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보호하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서도 파렴치한 의사는 영구 퇴출시키는 게 옳다. 성폭행 의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다시는 의사 가운을 입을 수 없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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