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학교별 성과급의 지급을 앞두고 교원단체와 일선 학교장들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도, 교과교실제 등 특색사업 실적, 방과후학교 참여율 등을 토대로 일선 초ㆍ중ㆍ고를 3등급으로 평가할 때 하위권 학교에 ‘낙인’을 찍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성과급제가 성과 부풀리기와 지역 격차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달 중순께 보완ㆍ개선안을 담은 제안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제도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집단 성과급이 학교 현장에 적합한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10일 시도별 교총 회장 회의를 열어 시도별 현황을 정리하고,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별 성과급제는 교사 개인 성과급과는 별도로 각 학교를 S(30%), A(40%), B(30%) 등급으로 나눠 기존 교원성과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향상도, 교과교실제ㆍ수준별 이동수업ㆍ영어교육 프로그램 등 특색사업 실적, 방과후학교 참여율, 학업중단율, 학생 체력발달 비율, 취업률 등 공통지표를 반영하도록 했고, 여기에 각 시도교육청의 자율지표를 합산해 등급이 매겨진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사의 직무연수 참여 비율, 학생 동아리 활동 운영실적, 수업 질 제고 노력 등의 지표를 반영하도록 했다.
S등급 학교 교사들은 개인당 43만3,250원, A등급은 28만8,830원, B등급은 14만4,410원을 받게 돼 학교 등급에 따라 최대 28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교과부는 올해 10%인 학교성과급의 비중을 내년에는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지표의 객관성 문제와 학교간 경쟁 교육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초중고교장 총연합회 심은석 회장(서울 중곡초 교장)은 “지역별ㆍ학교별 격차가 등급 평가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서울 강남 지역도 전형적인 부촌과 중산층 이하가 많은 곳으로 나뉘어 교육 환경이 천차만별인데, 이런 세세한 차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는 성과급 반납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손충모 전교조 부대변인은 “무리한 경쟁을 촉발시키고 하위권 학교에 박탈감을 주는 제도인 만큼 저지할 수밖에 없다. 14일께 구체적인 반납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성과급을 배분할 것이며, 전교조의 반납 투쟁은 국가공무원법 등을 어긴 것으로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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