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시련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엄청난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4일 전격 방한한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55ㆍ사진) 사장이 던진 말이다. 리콜과 대지진으로 비상 상황을 맞은 자신의 혹독한 처지를 솔직하게 토로한 것. 도요타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6년 만에 판매 최저치를 기록했다. 점유율도 10.2%까지 떨어지며 10.1%를 기록한 현대ㆍ기아차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위기의 해답을 그는 도요타의 경영철학인 현지현물(現地現物)에서 찾았다. 현장에 가서 직접 문제를 인식하라는 것. 아키오 사장은 비서 외에 수행진 없이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요타 전시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대지진 복구 현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왔다.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도요타와 한국 딜러들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재계의 거두로서 "대지진 후 한국의 지원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도요타의 복구 속도가 빨라 일본 내는 6월, 해외는 11월께 완전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업계에서는 그의 이번 방한을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진과 전력난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6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장이 해외 출장을 가는 것도 관례에 어긋난다. 이런 탓에 도요타의 글로벌시장 규모 10위권에도 못 드는 한국 방문에 대해 업계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그는 "리콜 당시 미국, 중국에 직접 가서 사과를 했는데 이번 방문으로 한국 국민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딜러에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과 이로 인해 판매망이 흔들리는 것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도요타의 한국시장 판매는 전년대비 20%가량 감소했다. 딜러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 십억원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키오 사장은 이날 도요타와 렉서스 딜러 600여명과 저녁 만찬을 하며 판매부진 원인과 개선 의견을 직접 들었다. 도요타는 신차 출시와 가격 등에서 한국 딜러를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의 이번 방문은 현대ㆍ기아차를 안방에서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국내외에서 도요타와 현대ㆍ기아차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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