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소를 갈라 놓을 좋은 칸막이는 없을까.'
신임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방안과 관련해 이런 고민을 피력했다.
박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목동의 중소기업 제품 유통매장인 '행복한 세상 백화점'을 방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소기업인과 간담회에서 문든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사자와 소를 위한 하나의 법은 억압이다'는 격언을 떠올렸습니다"고 썼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이 말은 아무런 제한 없는 자유경쟁이 결코 공정은 될 수 없음을 뜻하는 말. 사자와 소를 같은 울타리 안에 풀어놓고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곧 사자보고 소를 잡아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강자와 약자에게 하나의 룰을 적용한다면, 강자에겐 기회가 되겠지만 약자에겐 억압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결코 공정한 룰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사자와 소를 한 우리에 풀어 놓고 한 가지 룰을 적용해 경쟁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경쟁은커녕 금방 잡아 먹힐 테니까요"라고 했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을 위해선 정부의 역할, 일정 정도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박 장관의 생각. 다만, 시장과 경쟁의 틀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과도한 정부개입이나 대기업 규제, 혹은 중소기업 보호는 거꾸로 '사자'에게 억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룰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장관도 결국은 이런 고민을 피력했다. 그는 "사자와 소 사이의 좋은 칸막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칠 만한 좋은 칸막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라는 말로 페이스북의 글을 마쳤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외부공식행사로 중소기업 지원의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행복한 세상 백화점을 찾았는데, 이 곳에 대한 소개의 글도 페이스북에 남겼다.
"정말 좋은 상품을 만들고도 판로를 못 찾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중소기업 전용판매장이죠. (페이스북 친구들은) 일단 홈페이지(www.haengbok.com)를 먼저 꾹 눌러 구경하시고, 꼭 한번씩 방문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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