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찰-정치권 '중수부 폐지 충돌'/ 격앙된 檢… 정치권 성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찰-정치권 '중수부 폐지 충돌'/ 격앙된 檢… 정치권 성토

입력
2011.06.05 17:37
0 0

예정됐던 휴식일까, 항의성 수사 중단일까.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대검 중수부 수사가 5일 돌연 멈췄다. 비록 휴일이긴 했지만 검찰로서는 수사 착수 80여일 만에 처음 갖는 휴식이었다.

이날 서초동 대검 청사는 평소와는 달리 쥐죽은듯 고요했다. 오후 늦게 일부 구속 피의자들이나 담당 검사들이 모습을 나타났으나 대부분의 수사팀 요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그 동안 주말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분주하게 돌아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거의 석 달 동안 쉴 틈도 없이 수사하느라 수사팀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며 "연휴를 맞아 5일 하루만 쉬기로 한 것이며, 원래 쉬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이날만 대검이 봉문(封門ㆍ문을 닫음)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재충전은 구실에 불과하며,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에 합의한 정치권에 수사팀이 무언의 항의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이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정선태 법제처장 등 거물급 인사가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르며 정ㆍ관계 로비 수사가 밤낮 구분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던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사개특위 검찰소위가 "중수부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제화하자"고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밤, 대검은 수사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과 노승권 중수1과장, 윤석열 중수2과장 등 중수부 핵심 관계자 5~6명은 이날 밤 서울 서초동의 한 맥주집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창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가 진행 중인데 수사기능 폐지를 논하는 것은 공개적인 수사 방해"라며 정치권을 강력 성토했다. 한 참석자는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순순히 조사에 응하겠느냐"며 "다들 (중수부가 폐지될 때까지) 1~2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홍일 중수부장도 "입맛 돌아오니 쌀 떨어진다"는 말로 검찰소위의 중수부 폐지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검 측은 수사팀의 격앙된 반응이 정치권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치자,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수사기획관은 이날 "(수사팀원들 사이에서) '이런 상황에서 수사할 마음 안 생긴다'는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무유기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따라서 중수부의 하루 휴식은 정치권과 직접 대응은 피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검찰 내부에서 끓고 있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중수부에 견제구를 날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저축은행 수사의 예봉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일단 "갈 데까지 가 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권력자들의 반칙을 적발하는 게 특수부 검사들의 임무다. 그런 점에서 굳이 따지자면 좌파에 가까운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진보라고 하는 민주당이 중수부 폐지를 주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비리가 포착되면 성역 없이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이 120개 되는데 모두 파헤치다 보면 누가 걸려들지 모른다"며 수사 의지를 내보였다.

정치권을 상대로 한 중수부 존속 논리 전개는 대검 수뇌부와 법무부에 맡기고, 중수부는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수사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6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주재하는 대검 과장급 이상 긴급 간부회의에서 위기에 처한 중수부의 운명이 대략적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