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생 동정표는 필요 없다. 대륙 별 순환개최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오직 표심 분석만이 평창의 살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에 내려진 특명이다. 6월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은 77개국에서 1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유럽이 26개국, 46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가 21개국 24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아메리카가 14개국 20명, 아프리카가 13개국 15명, 오세아니아가 3개국 5명순이다.
하지만 내달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에 참가하는 위원은 100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병중인 IOC위원과 내전중인 리비아, 시리아를 비롯한 일부 중동국가 위원들의 참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비롯한 유치후보도시 3개국 6명의 위원도 투표에 참가할 수 없다.
따라서 10명이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평창이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낙점 받으려면 51표를 얻어야 한다.
평창은 첫 도전 때인 2010 유치 땐 1차 투표에서 111표 가운데 51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 밴쿠버에 3표차로 역전패했다. 가장 큰 이유로 당시 3위에 그친 잘츠부르크의 16표를 흡수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됐다. 밴쿠버는 1차에서 40표로 평창에 11표나 뒤졌으나 2차에서 잘츠부르크의 표를 대거 흡수, 56표로 개최권을 가져갔다.
평창은 두 번째 도전에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했다. 1차에서 36표를 얻어 1위에 올랐으나 2차에서 평창과 함께 ‘재수’에 나선 잘츠부르크의 25표 중 17표가 소치로 넘어가는 바람에 눈물을 뿌려야 했다. 평창은 11표를 가져오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평창이 두 번에 걸쳐 역전패한 원인으로 귀족스포츠로 불리는 동계올림픽을 아시아의 변방에 내줄 수 없다는 유럽의 텃세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곧 스포츠 외교력의 빈곤으로도 해석된다. 전방위에 걸친 로비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화적 우월감이 몸에 밴 유럽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실리는 평창이 챙기는 투 트랙 전술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동계올림픽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뉴 호라이즌’(New Horizons) 전략은 뮌헨의 ‘우정의 축제(Festival of Friendship)’와 안시의 ‘눈과 얼음, 그리고 당신(Snow, Ice and You)’이라는 주제보다는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IOC실사 보고서에서도 평창의 뉴 호라이즌 캐치프레이즈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시장을 아시아권으로 키우겠다는 공약도 결국 표 대결로써 판가름 난다.
앞선 두 차례의 유치실패 경험으로 비춰볼 때 3위가 확실시 되는 프랑스 안시표의 흡수전략이 대세를 결정지을게 분명하다. 박건만 평창유치위 자문위원은 “안시가 최대 18표를 가져갈 것으로 파악된다”며 “2차 투표에 대비해서 친 프랑스 성향의 위원들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규 문화부 2차관은 “투표에 참가할 IOC위원들을 상대로 면밀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평창이 가장 앞서있다는 올림픽 전문매체인 어라운드 링스(Around the Rings)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편승해 샴페인을 터뜨리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단 한 표에 대세가 결정된다는 심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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