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다해 열심히 살면 다 이뤄집니다. 제가 증명합니다."
올해 서른 다섯의 취업컨설턴트 신길자씨. 그에게는 여러 개의 닉네임과 타이틀이 붙어다닌다. 네이버 취업상담 카페 '언니의 취업가게' 운영자로 2만6,000여 '신도'들을 이끌고 있는 '취업전략교 교주'이자 월 30회 이상 취업 관련 강의로 전국을 누비는 스타강사. 스물 일곱에 업계 최연소 팀장, 다수의 취업전략서 저자, 웬만한 대학 강사 부럽지 않은 강연 콜(지금까지 약 800회) 등. 그래서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물론 입사 3, 4년차 이하 직장인들 중에 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주가를 올리는 데는 신씨만의 비결이 있다. 이른바 '길자의 상경기'다. 신씨는 "제가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 올라와 고생한 이야기를 남들에게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바닥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뭐가 특별했을까.
신씨는 스물 넷의 나이에 서울에 방을 잡았다. 충북 청주에서 대학을 마친 직후이던 2000년, IMF 여파가 가시지 않던 때라 취업이 하늘에서 별따기였던 시절이다. 글쓰기가 좋았던 신씨의 첫 직장은 한 때 객원기자로 일했던 서울의 한 인터넷신문사. 수십통의 언론사 원서를 썼지만 미끄러진 그를 받아준 유일한 곳이었다. 월급은 100만원. 지하철 2호선 낙성대입구역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낡은 다세대 주택 지하 방에서 생활했다. 한 달쯤 뒤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 식당 허드렛일 하는 어머니가 올라와 방을 보고는 울었다. 백열등 켜진 방에 '돈벌레'가 기어 다녔다. 서울 가는 딸년에게 돈 한푼 쥐어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던 터. 눈 앞 풍경에 쏟아진 눈물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왜 울어? 지금은 창문을 열면 걸어가는 사람들 신발 보이는 맨 바닥에 있지만 앞으로 올라갈 일만 있는데. 나한텐 희망만 보이는데." 그래도 비 오는 날이면 견디기 힘들었다. 뜬 눈으로 물을 퍼내야 했다. 인터넷신문사는 곧 망했다. 이후 교육정보신문, 여성지잡지사 등으로 전전했다. 다섯 번째 회사까지 망하고 건강도 악화하자 회의가 몰려왔다. '도대체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가.'신씨는 이때부터 취업컨설턴트로 꿈의 방향을 틀었다. "남에게 보다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가 일자리가 최대 복지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죠. 제가 지금 있는 것도 일자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서 입사한 곳이 한 취업정보회사. 취업 전문가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다시 땀을 흘렸다. 기업 인사 담당자 인터뷰, 보도자료 작성 등 잇몸에선 피가 났고 한쪽 귀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일했다. 의사는 "과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다 3여년 전 우연히 유명 사립대서 취업특강 요청이 왔다. 강연이 예정돼 있던 강사가 펑크를 내면서 생긴 기회였다. "지방대 출신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떨렸는데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다' 며 옆에서 거든 남편 덕분에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어요. 많은 학생들이 후기를 보내왔죠. 그거 읽은 데만 강의한 시간의 두 배는 걸렸을 겁니다."
이 첫 강연을 시작으로 신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구직자와 기업의 시각 차를 까발린 취업가이드북'미스매칭-그 회사가 당신을 뽑지 않는 이유'도 최근에 냈다. "꼭 10년 전 월급이 11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교통비로 110만원이 나갔다"는 그는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살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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