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도한 도심 학생 시위가 7일째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논의가 상궤를 이탈하고 있다. 우리는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다수의 학생과 부모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민심을 걸러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정치권이 순수하지 못한 목적으로 시위를 선동하거나 섣부른 포퓰리즘정책을 남발하는 건 잘못이다.
시위 참가자가 지난 주말 2,000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주장도 더욱 완강해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이 원하는 건 등록금의 합리적 조정 정도가 아니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 돼버렸다. 아울러 '촛불아 모여라, 이명박 대통령 심판하자' 같은 정치색 짙은 구호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생은 물론 정치적 성인이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같은 기성 정치인이 등장해 학생들의 구호에 영합하고 선동하는 건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무책임한 행태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측의 '반값 등록금' 주장이 민주당 주장을 베낀 '짝퉁정책'이라고 비판해온 민주당에선 아예 더 나아가 등록금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천정배 최고위원의 '무상등록금' 주장에 이어 지난 주 등록금 폐지론을 들고 나온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없어 대학 못 보내는 일이 없겠구나'하는 희망을 학생과 부모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무상등록금'은 '부자감세 철회'를, 등록금 폐지론은 민주당의 집권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현실성도 없는 말장난이다.
우리는 그 동안 등록금 경감책을 펴더라도 대학 구조조정 방안과 맞물려 가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제한된 국가 재정여건과 교육현실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고민조차 무색할 정도로 비등하는 여론에 편승한 무책임한 주장이 남발되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들이 '반값 등록금' 주장의 허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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