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라갓(37ㆍ미국). 현역 육상선수 중 최고령에 속하는 중장거리 스타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수확한 메달만 10개. 이중 세계선수권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나 올림픽에선 무관이다.
1974년 케냐에서 태어난 그는 1,500m주자로 출발했다. 케냐의 1,500m기록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99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간 라갓은 2004년 5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숨기고 같은 해 열린 아테네 올림픽 케냐 대표로 출전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듬해 3월 그는 미국으로 귀화했음을 알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그에게 2년간 세계선수권출전 불허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직전 자격을 회복, 미국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1,500m와 5,000m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중 1,500m는 미국이 99년 만에 손에 넣은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올해로 37세. 육상선수로는 ‘환갑 진갑’ 다 지난 나이다. 동갑내기 맞수이자 아테네올림픽 2관왕(1,500m와 5,000m)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는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한 살 위인 마라톤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현역으로 뛰고 있을 뿐이다.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라갓이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라갓은 지난 2일 미국 유니버셜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22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IAAF 다이아몬드 리그 5,000m에서 12분49초대로 골인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12분49초는 지난해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12초54초12보다 5초 이상 빠른 기록. 고목나무에 꽃을 피우겠다는 허언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라갓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그는 실제 올 1월말 열린 104회 미국 밀로스 실내육상대회 3,000m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계기록(12분37초35)을 보유한 케네니사 베켈레(29ㆍ에티오피아)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베켈레에 0.24초차 은메달에 머문 한을 되갚아 주겠다는 의미다. 라갓은 2006년 7월 IAAF 런던 그랑프리 5,000m에서 베켈레를 1초 이상 따돌리고 1위로 골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마지막 400m를 51초9대로 주파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라갓은 특히 4일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IAAF 삼성 다이아몬드리그 유진 대회 2마일 부문에 출전, 1위로 골인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에 반해 베켈레는 최근 2년여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라갓에 승운(勝運)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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