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가까운 감염자를 낳은 신종 장출혈성 대장균(EHEC), 일명 '슈퍼 박테리아'의 오염경로가 미궁에 빠지면서 바이오 테러의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의 비반테스병원 클라우스 자스트로우 박사는 미생물학회 콘퍼런스에서 "어떤 미친 사람이 '몇 사람 죽게 만들고 1만명쯤 설사로 고통받게 만들자'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당국은 이번 사태가 바이오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슈롭서의 하퍼아담스대 지역안보센터의 리차드 바이른 박사는 "EHEC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농테러(agroterrorism)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며 "장기적으로는 테러 그룹이 카드뮴이나 방사능 세슘 등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는 "단 몇 그램의 보톨리누스균 독소나 리신(피마자씨에 함유된 독성 물질)을 우유 탱크에 넣는 것만으로 수천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우려도 전했다.
영국 국가기반시설보호센터(CPNI) 관계자는 콘퍼런스에서 "테러 집단이 식량을 오염시켜 인명을 살상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식품 생산자와 유통업체가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텔레그래프는 식품오염사건은 과거 금품을 갈취하기 위한 협박이나 개인적 원한으로 일어났지만 이제는 알 카에다나 북아일랜드 반체제 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이 위협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HEC의 오염원이나 경로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주간지 포커스는 4일 지난달 6~8일 150만명의 내ㆍ외국인을 함부르크로 불러들인 하버 페스티벌이 EHEC 확산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당국은 부인했다. 독일의 국립 질병 기구인 로버트코흐 인스티튜트는 "EHEC와 대규모 군중 행사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독일 경찰은 각각 17명과 8명의 EHEC 감염자를 발생케 한 북부 루벡시의 레스토랑 2곳을 조사했다. 독일 소비자보호국 크리스천 세이퍼트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두 레스토랑이 고의로 오염된 음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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