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를 앞두고 노사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해왔거나 온건성향의 노조와 교섭해왔던 기업들은 (강성)노조 출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안단속에 여념이 없고, 노동계는 무노조 경영 기업에 노조설립, 공세적 조직확대 등을 천명하고 나섰다.
관심의 초점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의 노조설립 여부다. 삼성은 사원복지를 강화해 노조가 필요없는 회사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노조설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노동부 출신 고위간부를 노무담당 임원으로 영입했고 올해 초에는 간선제로 시행되던 노사협의회 대표 선거를 직선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초 국제노동기구(ILO)에 ‘노조가 아닌 근로자 대표제’요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만들어지더라도 노조가 아닌 임의단체(노사협의회)를 실질적 교섭창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복지를 강화해도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임직원들이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삼성에 대한 노조설립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 ‘삼성노동자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노조설립을 연구해왔다. 한국노총도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직원을 개별접촉하며 노조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출범예정인 제3노총도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을 조직화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없는 포스코도 최근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전직원들에게 생중계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존 노조의 장악력이 큰 자동차, 조선, 중공업 분야는 신규 노조 출범으로 기존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강성노조를 둔 기업들은 유일 교섭단체를 규정한 기존 단협 조항에 대한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임금ㆍ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는 최근 노조에 “회사는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표해 임금협약, 단체협약, 기타사항에 대해 교섭하는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인정한다”는 단협 규정을 삭제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의 담당 간부를 초청, ‘복수노조제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 설명회에는 기업 노무담당자 1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존 노조가 있던 회사들은 향후 노조간 선명성 경쟁으로 인한 노노 갈등을 염려하고 있다”며 “단일 노사관계의 다원화로 상당수 기업에서 일정기간 노사갈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최근 ‘복수노조시대, 노조변화와 주요쟁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이 보고서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강제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과 병행해 어용노조-무노조 사업장을 겨냥한 공세적 조직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으로 복수노조 시행을 조직 외연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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