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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새터민 "얼굴도 모르는데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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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새터민 "얼굴도 모르는데 생명을…"

입력
2011.06.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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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으로 생명을 잃을 처지에 놓인 30대 여성 새터민이 다른 새터민의 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새터민 홍모(38ㆍ여)씨는 2004년 10월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을 떠나 남한으로 왔다. 탈북 전부터 B형 간염이 있던 홍씨는 지난해 8월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올 4월 중순 간암으로 악화했다. 간이식 만이 살길이었지만 연고가 없는 한국에서 기증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병세가 악화되자 홍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터민들의 쉼터’라는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하늘이 도왔는지 일면식도 없는 30대 초반 남성 새터민 배모씨가 "동포로서 좋은 일하자는 마음에서 간을 떼 주겠다”며 기증을 자청했다.

하지만 현행법 상 기증자와 이식자가 4촌 이내 혈족이 아니면 순수한 목적으로 장기를 이식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 기증도 쉽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탈북한 이들에게는 같은 새터민이란 것 외에 친분을 입증할 자료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천주교 인천교구 사목연구소장 차동엽 신부가 나섰다. 홍씨의 보호자를 자처한 차 신부는 장기 이식이 순수한 목적임을 보장하는 자필 서류를 작성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보냈고 장기이식 허가를 받아냈다.

이 달 13일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는 홍씨는 “수술비가 큰 걱정이지만 건강을 되찾아 은혜를 꼭 갚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는 정부가 절반을 부담하지만 나머지는 홍씨의 몫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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