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국 정치권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전ㆍ현직 국회의원의 금품 수수 관련 진술이 나옴에 따라 수사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인의 실명이 가장 먼저 튀어나온 저축은행은 의외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수사 중인 삼화저축은행이다. 대검 중수부가 파고드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광주지검 특수부가 맡고 있는 보해저축은행 사건과 달리 삼화저축은행 사건은 그간 상대적으로 조용히 진행된 편이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는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전ㆍ현직 간부 3명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고,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 원장도 3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보해저축은행 사건에서도 이철종 전 부국장 등 금감원 인사 3명이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반면 삼화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유력 인사는 얼마 전까지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가 유일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 조사에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측, 옛 열린우리당 임종석 전 의원 측에 각각 1억8,000만원, 1억여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아직 진술 단계여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공여자의 진술이 확보된 이상 공 의원과 임 전 의원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신삼길(53ㆍ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한테서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신씨가 평소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진 유력 정치인의 동생, 이들과 비슷한 연배인 HㆍK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 동안 검찰 주변에서 돌던 "삼화저축은행 사건이 의외의 '폭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도 조만간 정치권을 겨누게 될 것 같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외 로비를 총지휘한 김양(59ㆍ구속) 부회장과 로비스트 2명의 신병을 확보해 정관계 로비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미 은진수씨에게 1억7,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김 부회장의 최측근 브로커 윤여성(54ㆍ구속)씨가 다른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정황도 어느 정도 실토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또 다른 로비스트인 박태규씨, 그리고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형선(59ㆍ구속) 해동건설 회장이다. 박씨는 윤씨가 맡기 어려운 거물급 인사들, 특히 여권 인사들을 주 타깃으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국에 메가톤급 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인 셈인데, 수사 초기 캐나다로 도피해 현재로서는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남지역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형선 회장의 로비 대상으로는 주로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입을 굳게 닫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도 아직 답보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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