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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박근혜 대세론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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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박근혜 대세론의 허와 실

입력
2011.06.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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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당내 세력까지 구축… 확장성의 한계 넘을까

"2012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는가?"

요즘 길 가는 사람들을 세워 놓고 이같이 물어보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열 명 중 다섯 명 가량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고 답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것'이 대세론(大勢論)의 정의다. 누가 뭐래도 박 전 대표는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의 대세론자다.

2008년 12월, 한국일보가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9.1%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일보가 지난 4월8,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0%를 기록했다. 10% 가량의 지지율로 2위 자리를 차지한 인사는 계속 바뀌었지만 박 전 대표는 3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지지도는 한때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엔 여당 내 권력구조도 변하고 있다. 소수파였던 친박계가 당내 신주류로 부상하는 등 박 전 대표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중 지지도에 이어 당내 세력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결국 박 전 대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양상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세론은 거품론과 동전의 양면이다. 대세론을 믿었지만 결국 지지도의 허망함을 보여줬던 전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대세론의 가장 큰 약점은 '확장성'한계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수도권 취약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지지율 확장성이 큰 야당 후보가 나오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급격히 흔들릴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야권 관계자는"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2007년 이래 야권 주자들의 지리멸렬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바꿔 말하면 야권이 전열을 정비하면 박 전 대표 대세론은 소멸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겐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5월 리서치앤리서치가 인물을 거론하지 않고 2012년 대선에서 어느 쪽을 찍을 것인지를 묻자 야당 후보가 46.2%로 여당(30.5%)보다 많았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과거 사례와 달리 견고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일단 2위 주자와의 격차가 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1992년 대선 이래 이 정도의 격차를 두고 장시간 우위를 보인 대선주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현재 모든 부문에서 1위다. 물론 상대적으로 영남, 50대 이상에서 더 강세를 보이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따지면 이 같은 고른 지지는 전례가 없다. 친박계 의원은 "통계적으로 보면 박 전 대표만큼 확장성을 갖춘 후보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정치적 신뢰라는 자산을 구축해왔고 그것이 높은 지지율의 근간이 되고 있다"며 "확장성 한계라는 문제점을 신뢰 자산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과거와 외국 사례로 본 대세론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다섯 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한국 정치권에선 몇 차례 대세론이 나돌았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1992년 '김영삼(YS) 대세론'과 역전패로 끝난 1997년과 2002년의 '이회창 대세론'이 대표적이다. 2007년 7월 이명박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지지율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면서 내달렸다.

YS 대세론에도 위기는 있었다. YS가 당 대표로서 지휘한 92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자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민정계는 YS에게 책임을 요구했지만 YS는 되레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대선후보가 된 뒤 민정계 김윤환 의원 중심의 신(新)민주계의 지원을 받아 대세론을 지켜냈다. 대선 직전에도 정부기관장들의 지역감정 조장 모의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초원복집' 사건이 터져 잠시 표심이 흔들린 적이 있으나 YS 대세론은 유지됐다.

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은 검증 관문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2개월 전만 해도 지지율이 최대 57.7%까지 솟구치면서 대세론의 절정을 맛봤다. 경선에 나선 이인제ㆍ이한동ㆍ이수성 후보가 연합전선을 펴면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회창 대세론'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이인제 후보가 탈당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은 꺾였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다가 끝내 김대중 후보에게 패했다.

2002년 선거에서도 이회창 후보는 결승점 코 앞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더구나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이 후보의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2002년 11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뒤 그 바람을 타고 이 후보를 눌렀다.

그 해 여권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이 있었다. 이인제 후보는 2002년 3월 국민참여경선 개시 전까지는 단연 1위를 달렸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노무현 돌풍'에 밀려 경선 완주도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대세론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초선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 후보가 경선 직전까지 장기간 선두를 달려왔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대선후보가 됐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당초 중앙 무대에서 신인으로 알려졌으나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급부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 손학규의 대세론은 이제 출발점에… 넘어야 할 산 많아

야권에는 이른바 '손학규 대세론'이 거론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야권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특히 손 대표가 4ㆍ27 재보선 때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손학규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손 대표는 분당 승리 이전에는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3위 수준에 그쳤다. 4월 8,9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손 대표는 5.9%의 지지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4.0%)와 유 대표(10.3%)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5월28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손 대표는 12.0%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35.3%)에 이어 2위를 달렸고, 유 대표는 뒤로 밀렸다. 야권에서 대선주자 중 선두로 달려온 유 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이후 손 대표는 주요 당직 인선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친(親)손학규계'인사들을 배치하면서 대세론 확산에 시동을 걸었다. 손 대표 진영은 이달 16일 창립대회를 갖는 통합연대(가칭)를 통해 전국적인 세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손 대표의 대세론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세론의 핵심인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리 탄탄하지 않은 게 문제다. 이번 재보선 직후 15%에 근접했던 지지율은 주춤해져 최근엔 10~12%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손학규 대세론'에 대한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당내 경쟁 주자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통합연대 창립 움직임을 놓고 이들 진영에서는 "공당의 대표가 사조직을 만드는 게 합당한가"라며 공격하고 있다.

야권 전체로 봐도 호시탐탐 손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급부상하고 있고, 국민참여당 유 대표도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손 대표 지지율이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하느냐, 못하느냐가 대세론 유지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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