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K리그 승부 조작 파문으로 우울한 한국 축구에 모처럼 시원한 청량제를 선사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박주영(26ㆍAS 모나코)과 김영권(21ㆍ오미야)의 골을 묶어 2-1로 승리했다.'포스트 박지성-이영표' 시대의 해법을 확실히 하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 나설 전력 구성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주영은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골을 터트리며 박지성의 뒤를 이을 확고부동한 에이스임을 확인시켰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한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 받은 박주영은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전(4-0)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캡틴'의 중량감을 과시했다. 4-1-4-1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나선 박주영은 전반 9분 찾아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보였다. 왼쪽 측면에서 김영권이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된 것을 골지역 정면에서 솟구치며 헤딩 슛, 세르비아 골 네트를 갈랐다. 박주영은 후반 35분 골지역 정면에서 멋진 오른발 발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며 추가 골 기회를 놓쳤고 후반 38분 정조국(27ㆍ오세르)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카타르 아시안컵을 대표팀 은퇴 무대로 삼은 이영표(34ㆍ알힐랄)의 후계자로 시험 무대에 선 김영권은 박주영의 선제골 발판을 만든 데 이어 결승골까지 작렬하며 조광래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선 김영권은 후반 8분 차두리(33ㆍ셀틱)가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내준 크로스를 반대 쪽 페널티지역에서 쇄도하며 왼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 A매치 첫 골의 감격을 맛봤다.
전반 19분 란코 데스포토비치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은 데 이어 전반 33분 라도사프 페트로비치의 기습적인 장거리 슛이 왼쪽 골 포스트를 때리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은 세르비아는 후반 41분 페트로비치의 중거리포로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조광래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할만한 분위기에서 온 정열을 바쳐 멋진 경기를 펼쳐준 선수들이 고맙다. 또 팬 여러분도 한국 축구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승부조작 사태 용서하시고 희망을 갖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세르비아 감독은 한국에 대해 "유럽 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한국이 잘 짜인 팀이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페트로비치 감독은 한국 선수 가운데 인상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에 "주장(박주영)과 라이트백(차두리), 17번(이청용)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한국은 특정 선수를 꼽기보다 모두 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상당히 견고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4일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회복 훈련을 실시한 후 5일 오전 전주로 이동, 7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친선 경기를 대비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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