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2일 개막한 2011 한국바둑리그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2라운드 중반까지 여섯 경기가 열렸는데 이 가운데 다섯 경기가 3승2패로 박빙의 승부인 데다 연승팀이 하나도 없이 8개팀이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혼전의 계속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출전 팀 수가 하나 줄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각 팀 전력이 평준화돼 이 같은 혼전 양상이 정규 리그 내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 2라운드 경기에서는 올해 바둑 리그서 처음으로 초반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시즌 첫 반 집 승도 나왔고 일찌감치 대마상 후보도 접수됐다.
1라운드에서 나란히 1패를 당한 영남일보와 Kixx의 경기에서 첫 날은 Kixx가 3지명 김기용과 4지명 홍성지의 분전으로 먼저 2승을 거둬 팀 승리가 유력했다. 그러나 둘째 날에 이변이 일어났다. 첫 경기서 Kixx의 주장 박정환이 영남일보의 4지명 이지현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한 것이다. 작년에 입단, 올해 처음 바둑리그에 출전한 이지현은 국내 랭킹 3위인 박정환을 상대로 강펀치를 마구 휘둘러 무려 37개짜리 대마를 잡아 버렸다.
1라운드에서 한게임의 이영구가 32개짜리 대마를 잡아서 일찌감치 대마상을 예약해 놓았는데 불과 1주일 만에 유력한 대마상 후보가 바뀐 셈이다. 사기가 충천한 영남일보는 3지명 박정상과 주장 김지석이 Kixx 자율 지명 박승화와 2지명 조한승을 차례로 제압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정규 리그 첫 승점을 신고했다.
한편 개막전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승리를 이어가 정규 리그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려던 신안천일염은 하이트진로에 발목을 잡혔다. 이 경기도 매우 아슬아슬했다. 양팀 주장 이세돌과 최철한이 격돌한 첫 판에서 최철한이 승리한 후 두 팀 선수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마지막 판에서 지난해 신안천일염의 자율 지명으로 뛰었던 하이트진로의 2장 안국현이 신안천일염의 3장 한상훈을 꺾어 친정팀을 울렸다.
이로써 신안천일염과 영남일보 하이트진로가 나란히 1승1패가 됐고 Kixx는 2패를 기록했다. 한편 1라운드에서 각각 승점을 올린 한게임과 티브로드는 이번 주말(4~5일)에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역시 각팀 주장들의 활약 여부가 팀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주장이 이긴다고 해서 반드시 그 팀이 승리하는 건 아니지만 주장이 지고도 팀이 승리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즉 주장의 승리가 팀 승리의 필요 조건으로 팀이 이기기 위해선 반드시 주장이 승점을 하나 확보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안천일염과 하이트진로의 경기에서 양팀 주장 이세돌과 최철한이 맞대결한 첫 판 결과가 그대로 팀 승패로 이어졌고 Kixx와 영남일보의 경기에서는 Kixx가 초반에 2승을 확보해 놓고도 주장 박정환이 무너지면서 팀 전체의 사기가 떨어져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현재까지 각 팀 주장들은 김지석 2승, 이창호 강동윤 이영구 허영호 1승, 이세돌 최철한 1승1패, 박정환 2패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처음 바둑리그에 진출한 김동호, 강승민(신안천일염), 나현, 이지현(영남일보), 김기원(하이트진로), 한태희(한게임) 등 입단 1~2년차 새내기들 중에는 단연 김동호의 활약이 돋보인다. 5월말 현재 공식기전에서 17승3패를 기록, 승률 85%로 국내 프로 기사 중에서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동호는 바둑리그에서 2승을 포함, 현재 11연승을 기록 중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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