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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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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값

입력
2011.06.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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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은 대지에 스며든 태양의 조각'이라는 고대의 생각은 금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동경을 설명해주는 신비스런 은유다. 금은 그 은유 속에서 자연스레 태양으로 치환되며 궁극의 빛, 확고부동한 영원성, 찬란하고 위대한 것을 표상할 것이다. 금의 원소기호인 AU에도 태양에 관한 생각이 담겨 있다. AU는 금의 학명인 라틴어 아우룸(aurum)에서 땄고, 아우룸은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의 아우로라(auror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까마득한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금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 온 까닭을 원초적 태양 숭배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마땅찮다.

■ 금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관념이 화폐제도로 수용된 것이 금본위제다. 18세기 영국에서 발전한 이 제도는 통화의 표준단위가 일정한 무게의 금으로 정해져 있거나, 금 가치에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화폐의 명목가치가 급증하면서 온스 당 20.67달러(1900년 미국) 하는 식의 금본위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금본위제에서 정부는 화폐를 언제든지 금으로 교환(태환)해줘야 하는데, 보유 금으로는 태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과 화폐의 태환이 최종 폐지된 건 1973년 미국 닉슨 행정부 때의 달러의 금 불태환조치다.

■ 닉슨의 불태환조치는 금의 지위를 화폐제도의 근간인 절대적 등가물에서 단순한 귀금속으로 유폐시킨 조치다. 하지만 그 같은 제도적 유폐에도 불구하고 최고 안전 자산으로서 금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과 공황에도 끄떡없이 버텨온 금의 가치는 지금도 경기 불안과 달러 가치의 하락 위험을 회피하려는 세계적 수요에 힘 입어 강력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일찍이 "금만큼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 요인보다 심리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는 상품도 없다"고 경계했지만, 금값은 오늘도 여전히 치솟는 중이다.

■ 최근 국제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끝에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 3년여 전 1,000달러 돌파 때에 비해서도 50%나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로저스조차도 이번엔 금값이 불변가치로 칠 때 2,000달러가 넘는 가격을 기록한 1980년의 기록(당시가 온스당 850달러)을 돌파할 때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소식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에 국내에선 1g짜리 돌반지가 등장하고, 치과에선 뽑은 금니까지 챙겨가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황금광시대'로 돌아가는 걸까.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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