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21일 이래 9개월 여 만에 어제 다시 만났다. 얼마 전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특사 자격으로 순방한 박 전 대표가 수행 의원들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순방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오찬 후 두 사람만 따로 만난 50여분 간이 회동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인 박 전 대표가 기자들에게 밝힌 대화 내용은 대부분 민생 문제에 집중된 것이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인 만큼 정국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우선 이번 회동의 상징성 때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 측의 사전 견제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이 대통령이 인정하는 의미를 띤다. 또한 이 대통령의 언급 가운데 실제로 '박근혜 역할론'을 추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적잖다.
가령 4ㆍ27 재보선 패배와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여당 내에서 뚜렷해진 정책 노선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당에서의 활발한 논의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기존 'MB표 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정책까지 '민생과 서민경제'라는 이름으로 싸 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복지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음을 모르지 않을 이 대통령이다. 또한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다짐에 대한 이 대통령의 "힘써 달라"는 언급도 마찬가지다.
이날 회동을 전후한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의 표정은 과거에 비해 한결 밝았다. 지난해 8월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양자 관계가 더욱 나아진 것으로 볼 만하다. 박 전 대표 스스로가 이 대통령에게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듯, 여당 내 집안 싸움은 당분간 잦아들 전망이다.
이처럼 좋아진 분위기가 정책 조율과 협력을 거쳐 구체적으로 국민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모두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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