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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진 거부한 간 때문에… 하토야마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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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진 거부한 간 때문에… 하토야마 격분

입력
2011.06.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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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사기꾼과 뭐가 다르냐?" "인간으로서 최저이며 쓰레기 같은 짓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격노했다. 2일 자신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투표를 몇시간 앞두고 사임의사를 밝힌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불신임안이 부결된 후 당장 옷을 벗을 생각이 없다고 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이날 밤 자신의 사임시기에 대해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해결의 로드맵으로 제시한 냉온정지 상태가 완료되는 시점"이라고 밝혔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내년 1월까지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간 총리를 비난한 데는 이유가 있다. 간 총리는 2일 투표에 앞서 하토야마 전 총리를 만나 "사임할 테니 찬성표는 던지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처음엔 내각 불신임안 부결을 낙관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찬성표가 많이 나와 자칫 가결될 위기에 처하자 다급해진 간 총리가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 것이다. 이에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제2차 추경예산의 전망이 보이면 퇴진하라"고 했고, 간 총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정식으로 서명을 요구했으나 간 총리는 "같은 당 동지끼리 믿어달라, 나는 총리직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 문서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당초 요구한 사임시기는 이달 말을 염두에 둔 것이었으나, 서명을 받지 못해 결국 전ㆍ현직 총리간의 약속은 공수표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2일 내각 불신임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그룹 의원 2명을 제명 처분하고, 불신임안 표결에 불참한 의원 15명의 징계 여부를 검토중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도 (간 총리를) 끌어 내릴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며 자신의 지지세력 결속 강화를 통해 시기를 엿보고 있다.

간 총리의 조기퇴진 거부로 향후 정국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도호쿠 대지진 부흥예산 책정을 위한 제2차 추경예산안 심의를 자민당 등 야당이 순순히 응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여대야소인 중의원과는 달리 여소야대 정국인 참의원에서 다시 한번 총리 불신임 카드를 꺼내 들 공산도 크다.

한편 아사히(朝日)신문은 간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ㆍ54) 재무장관과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ㆍ65) 관방부장관이 가장 유력하다고 3일 보도했다. 중의원 5선인 노다 장관은 간 총리가 후임 총리의 조건으로 밝힌 '젊은 세대' 이미지에 맞고, 간 총리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중인 소비세 증세에도 적극적이어서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간 총리뿐 아니라 오자와계 의원들로부터도 호감을 얻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센고쿠 부장관은 자민당과 대연립 정권을 구성할 경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ㆍ49) 전 외무장관은 재일 한국인의 정치 헌금 문제로 불명예 퇴진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ㆍ47) 관방장관도 최근 치러진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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