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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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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입력
2011.06.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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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왜 비밀리에 베이징(北京)에서 만났을까? 못 만날 이유가 없는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왜, 못 만날 이유가 없는 반쪽끼리 꼭꼭 숨어서 비밀 접촉을 해야 하는가? 아직도 그런 숨바꼭질이나 하는 남과 북의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는 국제정치를 모른다. 남북이 만나면 중국에게 통고하거나 보고해야 하는 일인가?

그것이 나에게는 블랙코미디 같다. 남쪽은 만났다고 '따거'에게 통고하고 북쪽은 숨기고 있었다. 남쪽이 중국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자 북쪽은 남쪽이 돈 봉투까지 주었다는 폭로전을 시작으로 한반도를 무대로 낡은 코미디를 이어가고, 세계는 이를 심드렁하게 시청하고 있다.

60년이 넘도록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는 이 코미디에 무슨 시청률이 나오겠는가마는 남북이 세트로 망신을 당하는 프로인 것은 분명하다. 어느 정치학자가 남북 문제에 모범 답안이나 정답을 적어 낼 수가 있을까 싶다. 어느 역사 어느 시대든 막후교섭은 있었다. 그건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국회에서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 사과, 재발 방지를 받아 내기 위한 것"이 비밀 접촉의 이유라고 밝혔다. 나는 장관의 말에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남쪽의 제안에 동의할 북쪽인가? 그걸 통일부가, 정부가 모를 리 있었겠는가? 이제는 비밀 회담하려면 꼭꼭 숨길 바란다. 머리카락 보인다. 다 보인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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