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진 리들로프 지음·강미경 옮김/양철북 발행·252쪽·1만3,000원
"서구 문명의 산부인과 병동에는 늑대가 주는 위안이 거의 없다. 태곳적 본능에 따라 따스한 온기가 감도는 살아 있는 살의 촉감을 느끼고 싶어 울어대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생명 없이 버석거리는 천에 온몸을 싸인다."
반면 베네수엘라 카우라강 상류에 사는 예콰나족 아기는 태어난 직후부터 기어 다니기 전까지 하루 종일 엄마 품에 안겨 지낸다. 이들은 엄마의 이동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빛 소리 온도의 변화를 느끼며 세상을 경험한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와 똑같이 하루 종일 엄마의 숨소리와 체온을 느끼며 일체가 되는 것이다.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실컷 젖을 빨 자유. 원초적 본능에 대한 비문명의 자유와 문명의 억압은 성장 후에도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예콰나족의 부모들은 문명 세계처럼 "거긴 안 돼, 위험해"라거나 "이건 지지, 만지면 안돼"라는 식의 훈계를 잘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칼이나 활 같은 위험한 도구를 갖고 놀아도 잘 다치지 않는다. 아이가 아기를 돌보는 일도 흔한 이 사회에서는 노예제도는커녕 내 아이, 남의 아이란 구분도 없다. 박탈된 행복을 되찾고자 평생 돈 지위 권력 등의 대체물을 찾는 문명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진 리들로프(1926~2011)의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는 남미 밀림의 원시부족 예콰나족의 생활 방식과 육아법을 관찰하고 인간의 본성에 맞는 육아법을 주창한 책이다. 1975년 처음 출간돼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의 원제는 'the continuum concept(연속성 개념)'다. 잃어버린>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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