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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코끼리의 후퇴' 인간 VS 자연… 3000년의 중국 환경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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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코끼리의 후퇴' 인간 VS 자연… 3000년의 중국 환경史

입력
2011.06.0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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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후퇴/마크 엘빈 지음ㆍ정철웅 옮김/사계절 발생ㆍ912쪽ㆍ4만8,000원

그 많던 코끼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4,000년 전 현재 베이징(北京) 등 중국의 대부분 지역에 코끼리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서 지역의 극히 작은 보호구역에만 남아 있다. 코끼리는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이 원인을 당시 기온 변화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의 기온이 약간 상승한 기원전 700~200년에도 코끼리 개체 수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중국 환경사를 코끼리를 단초로 정리한 책이 나왔다. 마크 엘빈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명예교수가 펴낸 <코끼리의 후퇴> 다.

저자는 중국에서 코끼리의 후퇴는 농업경제의 성장과 시ㆍ공간적 측면에서 함께 나타난다는 데 주목한다. 중국인들의 거주지가 확대될 수록 코끼리 개체는 후퇴했다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 코끼리는 야생동물에게 끊임없이 위협받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서식지에 인간이 정착하면서 야생동물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반면, 인간의 위협이 커진다. 이런 변화는 초기에는 서서히, 그리고 나중에는 급격히 이뤄졌다.

책은 인간이 자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대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이해득실을 따져 보는 것이 환경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의 후퇴는 인간과 자연의 충돌과 그로 인한 환경 변화를 가장 명쾌하게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것이다.

저자는 1부에서 중국 환경사의 시간과 공간 구분, 코끼리 후퇴 역사의 정리를 끝낸 뒤 2부에서 환경 문제의 개별 사례를 주제로 중국 각 지역의 풍광과 지역의 특징,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 야생 동ㆍ식물의 영향, 종교적 가치관 등을 두루 살피면서 인간과 거주지 사이의 관계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환경 인식을 주제로 한 3부는 중국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했는지를 다룬다. 때로는 예술의 주제가 되기도 했지만 인간의 의지대로 자연풍광을 변형시키기도 했던 날것 그대로의 자연사에 대한 기록이다.

반면 책은 유송 시대의 중국인이 인간은 자연의 리듬에 순응해야 하며 자연을 재편성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기도 했다고 분석한다. 한 예로 사령운(謝靈運)의 시 '산거부(山居賦)'가 항주만 남쪽 해안을 따라 형성된 산악지대인 상우현을 무대로 자연풍광과 계절의 흐름 등을 묘사한 것에는 이런 환경적 사고가 담겨 있다.

3,00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중국 환경사와 인위적 변화를 되새겨보는 것만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는 없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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