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위키노믹스/돈 탭스코니,앤서니 윌리엄스 지음/김현정 옮김/21세기북스 발행·708쪽·3만원
로봇 망원경이 촬영한 5만장의 성운 사진을 혼자서 일일이 살펴보며 분류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2007년 여름 1주일간 다른 일을 작파하고 이 작업에 매달리다 지친 천문학 대학원생 샤윈스키는 동료 리놋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리놋은 전 세계에 작업을 공개해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자고 제안했다. 온라인 시민 과학 프로젝트 갤럭시주(Galaxy Zoo)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2년 반 동안 전 세계에서 무려 27만5,000여명이 참여해 100만개의 성운 사진을 분류했다. 샤윈스키 혼자 했다면 124년이 걸렸을 일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도 이어졌다. 과학 발전의 수혜자에 머물던 일반인들을 연구 참여자로 당당히 격상시킨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대규모 협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저자들은 전작 <위키노믹스> (2007)에서 엘리트 중심의 이코노믹스 시대가 가고 대중의 집단지성에 기반한 위키노믹스의 시대가 열렸다고 설파했다. 속편 격인 <매크로위키노믹스> 는 위키노믹스가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으로 파고들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원리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마치 미시경제학에서 거시경제학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매크로위키노믹스> 위키노믹스>
저자들은 전작에서 제시한 위키노믹스의 5대 원칙(협업 개방성 공유 진실성 상호의존성)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안전하고, 번성하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원칙"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책은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성과를 앞서 예로 든 과학을 비롯해 교육 의료 에너지 금융 환경 미디어 국제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제 모든 조직, 그리고 조직의 지도자들은 "과거의 모델, 접근 방법, 구조 등을 재부팅하기 위한 노력에 참여할지, 수수방관하며 조직이 마비 혹은 붕괴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가만히 지켜볼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고 말한다. 답은 뻔한데, 문제는 실천이다. 저자들은 위키노믹스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들에서 발견한 6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단순한 창조자에 그치지 말고 환경을 조성하는 큐레이터가 되라거나, 요새정신(fortress mentality)을 버리고 공유지를 활용하라,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대신 자유롭게 놓아 주라, 조직의 선봉(vanguard)을 찾고 강화하라, 협업 문화를 구축하라는 조언은 실천은 쉽지 않아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다. 다만 넷(Net)세대에게 권한을 부여하라는 제안에는 본능적 거부감이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넷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에는 여전히 근거 없는 우월감과 불편함, 미심쩍음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지닌 암울한 문제, 예컨대 개인 정보 침해나 때론 비이성적으로 폭발하는 집단사고의 위험성 등도 간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암울한 문제에 대처할 해법은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위키노믹스가 그걸 찾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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