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 지음ㆍ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발행ㆍ272쪽ㆍ1만3,000원
위인들의 뒤에는 그들을 바른길로 인도한 더 위대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천재들의 부모들이 항상 하나같이 옳고, 엄격하기만 할까?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은 마이클 잭슨, 헤밍웨이, 니체, 모차르트 등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인물들이 반드시 좋은 부모에 의해 길러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강박관념이나 집착에 매달린 부모, 구타와 폭언을 일삼았던 부모, 훈련의 강도가 심각한 부모, 이기적인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극단적 부모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여러 분야에서 창의성을 드러낸 18명의 천재들을 소개한다.
천재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는 아버지가 직접 고안한 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2,500개의 공을 매일 되받아 치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헤밍웨이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헤밍웨이를 누나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길렀으며, 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게 했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 조셉은 자는 아들들을 깨워 무대에 세우고, 세 살 밖에 안된 잭슨을 채찍과 허리띠로 후려쳤다.
부모들은 왜 아이를 때릴까? 저자에 의하면 체벌의 역사는 이집트 페르시아 그리스 인도 중국 등지에서 고대 문명이 꽃피면서 시작되었다. 문명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율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체벌만큼 확실한 수단은 없었다. 중세 이후 계몽주의가 대두되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횡포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 방법은 더 교묘하게 기발해졌다. 부모들은 폭력 대신에 폭언이나 모욕감을 줌으로써 어린 자녀를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했다. 저자는 이런 폭력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역으로 천재들의 삶은 불행하고 비참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사실감 넘치는 묘사를 통해 들춰낸 세계사 속 부모들의 악행은 흥미진진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교육열로 어린 자녀들을 일찍부터 교육 시장에 내몰고 있는 부모들, 스스로 못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해 재획득하려고 드는 이기주의자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의 변명은 똑같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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