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신탁 지분을 실제 처분한 것이 아니라 지인에게 명의신탁 해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전 원장이 부인 명의의 아시아신탁 지분 4%(4만주)를 완전히 처분했다고 주장해온 시점은 2008년 3월 24일. 그가 금감원장에 취임한 직후였다.
그가 주식을 넘긴 상대는 서울대 상대 동문으로 오랜 친분을 쌓아온 사업가 박모(64)씨. 이듬 해인 2009년 3월 관보에 공개된 김 전 원장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부인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주식 매각과 동시에 부인의 미수 채권이 발생했다는 점. '비상장주식 매도대금 미수'라는 명목으로 3억9,000만원의 채권이 생긴 것으로 기재돼 있다. 주식을 박씨 명의로 넘기기는 했지만, 매각대금을 받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부인의 미수 채권은 작년은 물론 올해 3월 관보에서도 액수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 주식을 처분한 지 3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주식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 확인된 셈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주식을 사들인 박씨는 사업가인 동시에 모증권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라며 "3년 이상 주식매각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가 금감원장 재직 시절 아시아신탁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 및 지분 정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주식인 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명의신탁까지 하며 실제 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설사 아시아신탁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금감원장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장의 경우 본인과 이해관계자들이 보유한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은 1개월 내에 반드시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감원장의 직책을 맡으면서 불법하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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