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인간처럼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뉘우치고 후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약의 경우'를 상정하는가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기존의 대응을 바꾸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재미 한국인 연구자가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됐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2일 보도했다.
이대열 예일대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는 연구자와 원숭이 사이의 가위바위보 놀이 실험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에게 다소 변형된 가위바위보를 가르친 뒤 원숭이가 이겼을 때는 큰 주스통을 상으로 주고, 졌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비겼을 때에는 작은 주스통이 지급됐다. 게임을 반복한 결과, 원숭이는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다음 판엔 전판의 잘못을 교정해 내 놨다. 예를 들어 연구원이 주먹을 내고 원숭이가 가위를 내 원숭이가 졌을 경우, 다음 판에서 원숭이는 보를 낸 것. 이 교수는 "이번 실험은 원숭이가 과거의 결과를 분석할 줄 알 뿐 아니라 달라질 미래의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원숭이가 가위바위보 놀이를 할 때 뇌 신경세포(뉴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원숭이가 잘못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원숭이의 뇌에서는 두 부분이 활성화했다. 한 곳은 앞쪽 측면 전두엽의 뇌피질인데, 이 부분은 기억을 관장한다. 또 다른 곳은 바깥쪽 둘레의 전두엽 뇌피질로, 후회의 감정과 연관돼 있다.
이 교수는 "후회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줘 (유익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효과가 큰 감정"이라며 "이 연구결과가 과거의 잘못된 결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