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한 북한의 주체가 국방위원회라는 점을 두고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북한 내부에서 노선 대립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밀 접촉 과정에서 우리측 카운터파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북측의 통일전선부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에 불만을 가진 군부 등 북한 내 강경 세력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일"이번 접촉에 참여했던 북측 인사들이 문책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에 남북 비밀 접촉 내용을 폭로하면서 북측 접촉 인사들의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전례로 볼 때 이번 접촉에서도 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가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의 싱가포르 비밀접촉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파트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 개성에서 가진 두 차례 비밀 접촉에서도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의 파트너로 통일전선부의 원동연 부부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전선부가 나섰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밀 접촉의 전모를 공개한 주체가 국방위원회라는 점이 대남정책을 둘러싼 북한 내 노선 대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즉 이번 접촉 과정에 참여한 북측 인사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강경 군부 인사들이 이들의 문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비밀 접촉의 전모를 공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측이'돈봉투'얘기를 꺼낸 것과 관련, "접촉에 참여한 북측 인사들 사이에서 돈 문제를 두고 뭔가 문제가 생겨 이를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근 대남 문제에 국방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우리 측이 논의하길 원하는 비핵화 문제 등이 2009년 4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남정책을 펴는 데 국방위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 대남정책을 둘러싸고 북한 내 노선 차이가 엿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현단계에서 대남 정책을 둘러싼 북한 내부 갈등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