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덕아웃에 숨을 죽인 채 앉아 있던 KIA 선수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걸어 나왔다. 일렬로 늘어선 선수들은 히어로가 홈을 밟은 뒤 덕아웃 앞으로 다가오자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토닥거렸다. 결승 3점 홈런을 뿜은 '작은 거인'은 김선빈(22ㆍ165㎝)이었다.
김선빈이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든 선수들과 손뼉을 마주치려면 점프를 해야 했다. 그래도 신이 난 듯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즐겼다. 마무리는 '세리머니 전문가'인 서재응과의 포옹이었다.
특히 김선빈은 2008년 데뷔 후 처음으로 잠실 구장에서 첫 홈런을 쏘아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팀의 붙박이 2번 타자 유격수인 김선빈은 2일 잠실 LG전에서 0-0이던 3회 초 1사 2ㆍ3루 볼카운트 1-1에서 LG 선발 김광삼의 몸쪽 낮은 3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비거리 110m). 데뷔 후 세 번째이자 올시즌 두 번째. 결승홈런은 데뷔 첫 홈런이었던 지난해 9월7일 군산 한화전에 이어 두 번째.
김선빈은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이지만 올해 들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은 3할1푼7리로 팀 타자 중 이용규(0.360)에 이어 2위이고, 도루는 15개로 1위다. 특히 타점은 50경기 만에 이미 지난해 기록(115경기 28타점)을 넘어서며 이범호(45개)에 이어 팀내 2위(29개)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네 번째 결승타를 기록한 김선빈은 "경기 전 감이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마침 노렸던 공이 들어와서 좋은 타격을 했다"고 말했다.
KIA는 8-0 완승을 거두고 5월13일 이후 처음으로 단독 3위에 올랐다.
인천에서는 SK 6번 타자 김연훈은 4-5로 뒤진 9회말 1사 2루에서 두산 마무리 정재훈으로부터 극적인 좌월 끝내기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지난 2007년 데뷔한 후 전날까지 232경기에서 홈런이 한 개에 불과했던 김연훈은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의 감격을 맛봤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8회 말 터진 신경현의 결승타에 힘입어 삼성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부산에서는 양팀이 4시간 14분동안 30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넥센이 11-10의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고 원정 9연패 및 롯데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한편 이날 4경기에서는 올시즌 최다 타이인 10개의 홈런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최경호기자 squ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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