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보다 체감경기 향상에 더 중점을 두겠다. 욕을 먹더라도 균형재정을 지키겠다."
MB노믹스의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은 박재완(사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취임 일성으로 체감경기 개선과 재정건전성 수호를 강조했다. 전임 윤증현 장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 이은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지금 교과서적 회복과 달리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따라오지 않는, 명(名)과 실(實)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상태"라며 "앞으로 지표에 나타나는 경제보다 체감경기에 더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 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높은 길'(하이 로드)에 입각한 자율적인 상생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 로드란 시스템에 의한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로우 로드'(낮은 길)와 달리 상호 협력과 신뢰를 통해 높은 수준의 균형에 도달하자는 방법론이다.
균형재정 회복 의지도 유난히 강조됐다. 박 장관은 "윤 장관이 정말 잘했지만 불가피한 재정지출이 늘면서 재정건전성이 약해졌다"며 "아픔이 있고, 욕을 먹더라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는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영화 '300'의 전사들처럼 재정부가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당장 편한 길보다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가시밭길을 떳떳이 선택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현 정부 들어 뚜렷한 진전이 없는 서비스업 선진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임을 확실히 했다. 그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패러다임은 한계에 왔다"며 "서비스업 육성으로 경제성장의 DNA를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이해집단의 반발 등을 극복하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길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각도 피력했다.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해 그는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는 ▦학부모의 부담완화 ▦대학의 경쟁력 향상 ▦대학의 자구노력 극대화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 4가지 문제를 적어도 30년에 걸쳐 최적화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며 "각각의 요소는 서로 상충되는 이중성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를 전문용어로 하면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함수'를 푸는 과정"이라며 "극단에 치우친 방법은 최적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ㆍ정이 노력해 허근(虛根)이 아닌 실근(實根)을 찾아 보겠다"고 비유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본연의 목적인 서민금융보다 고위험ㆍ고수익에 탐닉한 결과"라며 "부실이 나타날 때 인수ㆍ합병(M&A) 같은 '값싼' 구조조정 방식을 택했고 당국은 규제완화, 감독소홀, 검사비리 등으로 거든 셈"이라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또 "공직자는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이 더 중요하다. 지식보다 진정성을 중시하겠다"는 인사원칙과 함께 "각 부처의 경제정책을 잘 조정해 국민에 혼선을 주는 '갈짓자' 행보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