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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여의도 '자율성 침해'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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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여의도 '자율성 침해' 아우성

입력
2011.06.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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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때문이야~'로 시작하는 CF송처럼 요즘 공영방송 KBS와 MBC 직원들은 '사장 때문이야'라는 말을 달고 산다. 양사 노조는 사장과 경영진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 취재를 중단시키고 이에 항의하면 보복인사를 하는 등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 성명을 내놓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은 각각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특보 출신과 고려대 후배로 임명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MBC는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최승호 PD를 'PD수첩'에서 빼고, 남북경협 관련 취재 중단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우환 PD 등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냈다. 노보는 "말 안듣고 저항하는 자들을 군홧발로 짓밟고 단검으로 찌르는 형국"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현재 MBC 상황을 '계엄 체제'에 비유했다.

라디오 쪽도 시끄럽다. MBC 라디오국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던 김미화씨에 이어 '시선집중'에서 11년 간 뉴스브리핑을 해온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제작진의 반대 속에 하차시켰다. 2일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이 간여한 정황까지 드러났던 김미화씨 하차 이후 '세계는…'의 청취율은 5.3%로, 지난 3월 7.4%에서 2.1%P나 떨어졌다. 노조는 김미화씨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은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다른 프로그램 진행자 김흥국씨가 4ㆍ27 재보궐 선거 당시 분당을 찾아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 지지를 표명한 것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KBS도 최근 인사위원회 재심을 열어 4대강편 불방에 항의해 사무실에 현수막을 내건 '추적 60분' 김범수 임종윤 PD에게 경고, 강희중 CP에게 견책 징계를 확정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는 노조측이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 논란을 안건으로 삼으려 하자 사측 위원들이 퇴장해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노조는 전날 주례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유성기업 파업사태에 대해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한 것은 팩트가 잘못됐다며 KBS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주례연설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가 '제목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특집이 난무하고 있다'고 자조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때문에 갈등이 심각하다. KBS 구성원들은 "이승만 다큐가 김 사장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돼 기획됐다"며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PD들이 "뉴라이트의 역사관 선전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며 제작을 거부하자 사측은 외주 PD들을 동원해 8월 방송을 목표로 다큐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인 방송사 사장들에 의한 '여의도 저널리즘'이 탄생했다는 탄식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대한민국 공영방송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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