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카를 타고 한껏 속도감을 즐기는 기분이다. 복고풍이면서도 현대적이다. 인기 시리즈 '엑스맨'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엑스맨: 퍼스트클래스'는 고전적 품격을 갖춘 오락영화다.
영화는 기존 '엑스맨' 시리즈에서 선과 악, 두 축을 이루었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과거를 탐색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동서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62년을 배경으로 훗날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로 각각 불리는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의 교유와 갈등, 절교를 그리며 엑스맨의 근원을 찾는다. 돌연변이를 이용해 세계 지배의 야욕을 불태우는 세바스찬 쇼(케빈 베이컨)의 음모가 극을 전진시키고, 쇼에게 어머니를 잃은 랜셔의 복수심, 인류의 참화를 막기 위한 자비에의 안간힘이 얽히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한다.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다. 같은 돌연변이로서 형제처럼 지내던 자비에와 랜셔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 따라 불화를 겪는 모습은 선과 악의 탄생을 둘러싼 고대 신화를 보는 듯하다. 남들과 다른 존재로서의 돌연변이들의 고뇌는 사회 소수자들의 입장을 여전히 대변한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유대인 랜셔가 나치 출신 쇼에 대한 복수심을 넘어 인간의 선의에 회의를 느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랜셔에게서 나치 전범들을 끝까지 찾아내 복수하고, 주변 국가들에게 힘의 외교로 일관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과감하고 유머 넘치는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다. 자신의 특출한 재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젊은 돌연변이들의 모습이 웃음을 안긴다. 저예산 영화 '킥 애스'로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은 매튜 본 감독은 스펙터클과 유머를 맛깔스레 버무리며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엑스맨'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본 영화팬들이라면 시리즈의 기원과 마주하는 즐거움을, 시리즈에 익숙지 않은 관객은 빈티지 SF의 재미를 만나게 될 듯. 2일 개봉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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