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불신임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내몰린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2일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이날 중의원에서 열린 내각 불신임 결의안 투표를 부결시키고 당의 분열도 막아냈다.
간 총리는 이날 낮 중의원 표결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재해와 원전 사고 복구에 어느 정도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젊은 세대들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며 사실상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1일 자민당을 비롯, 야당 3당이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을 두고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동조하는 의원이 늘어나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궁여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다.
간 총리는 앞서 내각불신임안에 찬성의사를 밝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만나 ▦민주당을 분열시키지 않을 것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지 말 것 ▦도호쿠 대지진의 부흥기본법안과 2차 추가경정예산 조기편성 추진을 조건으로 사임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내각 불신임 찬성의사를 철회했다. 간 총리 불신임 쪽이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도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발언을 이끌어 낸 만큼 (불신임안 표결은) 자율에 맡기겠다"며 불신임안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날 오전까지 찬성의사를 밝혀온 친 오자와, 하토야마 그룹 의원들이 대거 반대로 돌아섰고, 이날 열린 불신임 결의안 표결은 찬성 152표, 반대 293표로 부결됐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투표를 기권했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반대표를 던졌다.
간 총리는 사임의사를 표명했지만 언제 물러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이날 발언으로 미뤄 22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회기를 대폭 연장, 재해복구 비용이 포함된 제2차 추경예산을 통과시킨 후인 7~8월께 물러나는 것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2차 추경예산은 이달 말쯤이면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다"며 "총리 사퇴 시기는 6월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간 총리의 퇴진 시기가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안정상태로 접어드는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 총리가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단서를 단 것은 40~50대 의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을 제치고 차기 총리 후보 1위로 선정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ㆍ47) 관방장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49) 전 외무장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ㆍ51) 전 총무장관 등의 이름이 부상하고 있다.
한편 자민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또 다시 간 총리 문책결의안을 내놓을 태세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간 총리 압박을 통해 정국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심산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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