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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전기(電氣)에서 찌릿찌릿한 사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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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전기(電氣)에서 찌릿찌릿한 사랑을 배우다

입력
2011.06.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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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의 찾아가는 인문학 특강이 창원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제 강의 차례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정호승 선배의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하는 '수선화에게' 등 제가 좋아하는 사랑 시 10편을 준비해 갔습니다.

전기를 연구하는 분들을 위해 사랑 시를 같이 읽고 함께 토론하는 강의를 준비했었습니다. 사랑도 전기처럼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어야 마음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척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홍보실장의 즉각적인 반격이 들어왔습니다.

KERI 홍보물에 '전기는 사랑입니다'라는 것이 실려 있는데 그 시를 낭송하듯 줄줄 외우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KERI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 그곳에서 사랑 같은 전기를 연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누구나 줄 수 있지만 아무나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느낄 수 있으며, 그 첫 느낌은 짜릿합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그 힘은 위대합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등의 전기를 사랑으로 은유한 10개의 명구가 제가 준비한 10편의 사랑 시처럼 빛이 났습니다. KERI가 전기를 연구하지만 전기를 은유로 말할 줄 아는 국책기관이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랑에 대한 시를 이야기 하러 갔다가 오히려 사랑 같은 전기의 힘을 배우고 왔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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