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한달 전부터 직전까지 5,000만원 이상 고액의 예금을 인출한 고객 명단이 공개됐다.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일자별 5천만원 초과 인출 권유고객 리스트’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과 하단점, 화명점, 센텀점 등 4개 지점에서 1월14일부터 영업정지 전날인 2월16일까지 모두 1,014명이 1,148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스트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인출 금액이 날짜별로 적혀있는데, 구청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과 학교재단, 지역 신용협동조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구속 기소된 박연호 회장의 부인(56)은 2월10일 1억1,500여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고, 1월 27일에는 부산에서 구청장을 지낸 A(72)씨가 9,60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명단이 처음 작성된 1월14일에는 15건, 21억원이 인출됐으나, 다음 영업일인 1월17일에는 본격 인출이 시작돼 176건, 169억원이 인출됐다. 그 이후로도 적게는 하루 1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게 인출됐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인 2월16일에는 부산의 모 학교법인 18억원, 지역신협 3곳 73억5,000만원 등 172억원이 인출됐다.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이 리스트는 은행측이 영업정지 등 은행상황과 관련한 사전정보를 미리 고객들에게 유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목록 상의 고객들은 만기일이 다 돼 인출한 것으로 안다”며 사전 정보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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