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다시 벼랑 끝에 섰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등급 3단계 하향 조정과 함께 "향후 5년 내 디폴트(채무 불이행) 확률이 50%"라고 경고했다. 유럽연?(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파국을 막기 위해 총력을 펴고 있지만, 그리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매우 회의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럽경제의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게 됐다.
그리스 구하기 총력전
그리스 국가부도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인근 국가들에 전이되면서 유로존 전체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어떻게든 디폴트만큼은 막아 보겠다고 온 유럽이 총동원돼 밀고 당기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그 해결의 실마리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상황. EU와 IMF는 작년 5월 합의한 1,100억 유로규모의 구제금융 중 5차분 120억 유로의 지원 여부를 두고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실사를 진행 중이고, 이와 별개로 600억~7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민간 은행들이 만기시 그리스 채무를 자발적으로 차환(만기연장)해주는 방안도 절충점을 찾아가는 단계. 정부가 나서는 대신, 민간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차환을 해줌으로써 시장 친화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ECB의 위르겐 스타크 이사는 현지 회견에서 "민간 채권단이 자발적으로 그리스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인수키로 합의 할 경우 ECB가 수용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한다면 부분적인 디폴트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그 동안 그리스 채무의 일괄적인 만기연장(소프트 리스트럭쳐링)의 경우 일부 디폴트 처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해 왔으나,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인 차환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산 넘어 산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23일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2012년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채무를 상환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실제 내년 만기 도래 예정인 채무가 438억 유로에 달하고 이후에도 매년 400억 유로 안팎의 만기가 이어져 자체 소화는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로 인한 이자 부담도 날로 커지는 양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 상환 규모가 작년 5.2%, 올해는 5.5%에 달한다. 매년 GDP의 5% 이상을 이자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무려 3단계나 강등하고 나선 것도 그리스의 이런 상황을 돌파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지금 그리스의 재정 상태는 어느 한 두 가지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지 않으면 디폴트를 면하기 어렵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진호 한국은행 선진경제팀 차장도 "향후 그리스에 대해 추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추가적인 재정기축과 경제개혁, 대규모 민영화 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개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그리스 국내적인 반발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리스 공공 및 민간부문 노조는 재정적자감축을 위한 정부의 공기업민영화에 반발하며 이달 9일과 15일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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