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과 입은 호강… 몸과 마음은 해방… 四國의 4색 매력
일본의 속살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가. 자연미와 예술의 향취가 조화를 이루고, 눈과 입이 즐겁고, 몸과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그런 곳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네 가지 매력을 갖춘 시코쿠(四國)가 제격이다. 3월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일본을 찾는 게 꺼려지는 사람도 시코쿠에서라면 안심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코쿠 여행의 중심 가가와(香川)현, 도쿠시마(德島)현의 매력을 따라가 봤다.
目
시코쿠는 눈이 호강하는 섬이다. 일본의 지중해라는 세토나이카이(瀬戶內海)가 가가와, 도쿠시마 앞바다다.
국립공원인 세토나이카이에서도 쇼도시마(小豆島)는 절경이다. 가가와현 중심지 다카마쓰(高松)항에서 페리를 타면 1시간이 걸린다. 화산 활동으로 세토나이카이 한가운데 우뚝 솟은 쇼도시마의 칸카케이(寒霞溪)는 일본의 3대 계곡 중 하나다. 바람에 흔들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612m 산정까지 오르면 세토나이카이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의 기암괴석도 하나하나가 그림이다. 작은 설악산이 다도해에 자리한 느낌이다.
쇼도시마에선 또 섬마을 선생님 이야기를 그린 1950년대 대표적 일본 영화 '24개의 눈동자' 촬영지를 보존한 영화마을, 일본 제2의 간장업체 마루킨의 100년 넘은 공장을 개조한 간장기념관, 그리스풍 올리브공원도 볼 만하다.
시코쿠에는 자연의 멋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최대 전시 공간인 도쿠시마현 오츠카(大塚) 국제미술관은 세계 25개국 149개 미술관, 성당에 있는 작품들을 도자기판으로 재현해냈다.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 '천지창조'부터 실물 크기인 피카소의 '게르니카'까지 서양미술사 대표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작품을 만지고, 기념 사진까지 찍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다카마쓰 시내의 리쓰린(栗林)공원은 일본의 6대 특별명승에 들어가는 인공 정원이다. 소나무, 학, 연못이 어우러진 2시간짜리 산책로를 호젓하게 걷다 보면 일본 정원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身
시코쿠는 몸으로 부딪쳐 갈수록 매력을 더한다. 일본의 전통 축제인 마쓰리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다. 매년 8월 도쿠시마 시내는 이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으로 넘친다. 직접 축제에 참석하지 못해도 즐길 방법은 있다. 매일 밤 아와오도리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아와오도리회관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일본 전통악기의 생음악에 절로 흥이 난다. 남녀노소 공연자들의 손짓과 스텝에 빠져 들다 보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져 한데 어우러진다.
도쿠시마와 일본 본섬 혼슈(本州) 사이 나루토(鳴門)해협의 소용돌이길도 아찔한 체험장이다. 태평양과 세토나이카이의 조수 간만 차이 때문에 생긴 최대 폭 20m의 소용돌이를 45m 높이의 다리 위에서 바라보다 보면 현기증으로 아득해진다. 더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고 소용돌이 바로 옆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일본 옛거리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가가와현 고토히라(琴平)신사는 785계단으로 이뤄진 초입의 상점가가 인상적이다. 걷다 지친 몸은 온천으로 달래면 된다. 고토히라 시내 고토산카쿠(琴參閣)온천의 매끈한 수질과 노천탕, 다다미 방이 인상적이다. 18~20세기 초 일본 주택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도쿠시마현 우다츠거리도 걸으며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가가와와 도쿠시마에는 J클래식CC를 비롯한 일본의 대표급 골프장과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변도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口
일본을 대표하는 사누키 우동이 바로 가가와현에서 유래했다. 가가와의 옛 지명이 사누키다. 사누키 우동은 면발이 굵지만 수타면이라 쫄깃하다. 사누키 면발에 국물과 고명을 어떻게 곁들이느냐에 따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다카마쓰 시코쿠무라(四國村)의 전문점 '와라야'(087-843-3115)가 유명하다. 현 곳곳에 사누키 우동 전문점만 800곳이 있다.
도쿠시마 라멘도 대표 음식이다. 간장 국물에 계란까지 넣어 느끼한 맛도 있지만 시큼한 숙주무침 등을 곁들이면 일본식 라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쇼도시마 간장기념관 등에서 파는 간장아이스크림(250엔)도 독특하다. 아이스크림 본래의 단맛 속에서 달달한 일본간장 맛이 배어 나온다. 이름과 달리 거부감이 사라진다. 돌아서면 그 맛이 또 생각날 정도다.
人
시코쿠는 본섬인 혼슈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일본 역사에서 주무대가 아니었다. 그만큼 전통도 잘 보존됐다. 소박한 중소도시와 시골 마을로 이뤄져 있어 그런지 사람들의 친절과 인정도 최고 수준이다.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같은 대도시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토교통성 시코쿠운수국 케이조 이케시다(池下敬三) 국제관광과장은 "원전사고에서도 안전하고, 한국에는 덜 알려진 곳인 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꼭 한 번 다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행수첩
일본 시코쿠(四國)의 가가와(香川)현과 도쿠시마(德島)현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은 다카마츠(高松)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매주 3회 직항편이 있다. 두 현의 주요 관광지는 공항에서 1, 2시간 안에 갈 수 있다.
김포ㆍ인천공항에서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을 거쳐 기차나 고속버스로 가가와, 도쿠시마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2, 3시간씩 더 소요된다.
다카마츠와 도쿠시마 사이는 철도로 연결돼 있고, 다카마츠 시내에선 전철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시내를 벗어나면 차를 렌트하지 않은 배낭여행객이 관광지를 찾아가기엔 불편해 보인다.
간판은 한자와 영어 위주이나 주요 관광지에는 한글도 병기돼 있다. 쇼도시마(小豆島) 관광은 다카마츠항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면 3,000엔(약 5만원) 안팎에 하루짜리 패키지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모르면 이용하기 힘들다.
시코쿠 패키지 관광 상품이 출시돼 있으나 유명 관광지 중심이다. 가가와ㆍ도쿠시마 관광 한국 문의처 (02)755-1266.
일본여행에서 물가를 자꾸 따지면 즐거움이 반감된다. 주요 관광지 및 주변 상점들도 대개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휴대폰 등을 충전하기 위해선 110V용 콘센트도 꼭 챙겨가야 한다.
가가와ㆍ도쿠시마=정상원기자 ornot@hk.co.kr
■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오핸로 걷기' 뜬다
일본 시코쿠(四國) 여행에서 최근 한국인들에게 가장 각광 받는 코스가 '오핸로' 걷기다. 일본 진언종 창시자인 코우보 다이시(弘法大師)가 8, 9세기 수행한 여정을 따라 시코쿠 전역의 88개 절을 순례하는 길이다.
순례길의 출발점인 1번 사찰 료젠지(靈山寺)를 비롯해 23개의 사찰이 도쿠시마(德島)현에 있다. 료젠지에서 출발해 시코쿠의 산속과 해안가에 있는 사찰을 하나 하나 찾아가는 식이다.
총 길이 1,400km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800km)보다도 길다. 오핸로를 한번에 걷는 사람도 있지만 평생 이 길을 나눠서 걸어도 된다. 일본에선 노인들의 주말여행 코스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시코쿠를 찾아 사찰 몇 군데를 돌아보고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공연장을 찾는 식으로 순례하듯 두고두고 걷는다고 한다.
가가와·도쿠시마=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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