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 2일 발표한 통신비 인하 방안(본보 6월2일자 2면 보도)이 이용자와 통신업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어느 한 쪽이 희생을 감수한다면 다른 한 쪽은 만족해야 할 텐데 양 쪽 모두 불만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이동통신 기본료 월 1,000원 인하 ▦무료 문자 메시지 50건 추가 제공 ▦음성과 데이터 이용량을 이용자들이 정할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 요금제 ▦선불 이용자를 위한 소량 이용제 활성화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판매하는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 내용은 요금 변경시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우선 시행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향후 방통위에서 협의를 통해 인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KT 관계자는“SK텔레콤에 준하는 요금 인하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빠르면 9월, 늦어도 연내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기본료 월 1,000원 인하와 모듈형 스마트폰 요금제를 7월부터, 문자 메시지 월 50건 무료 제공은 9월부터 적용한다. 적용 대상은 요금제 종류에 상관없이 SK텔레콤의 모든 가입자들이다. 따라서 월 4만5,000원, 월 5만5,000원 등으로 정해진 스마트폰 요금제도 월 4만4,000원, 월 5만4,000원 등으로 요금이 변동된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이용자 1인당 연 2만8,000원, 4인 가족 기준 연 11만4,000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기본료 인하만으로도 연간 3,12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통신산업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모두 고려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통신업계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시민단체는 한마디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황희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기본료 1,000원 인하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통신산업의 성장을 고려한 방통위 방안은 기업들의 미래 투자를 위해 관련 비용을 현재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편향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얻기 위해 선심쓰기식 정치논리에 휩싸여 억지로 통신요금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이번 인하 방안이 시행되면 통신업계의 타격이 만만찮다”며“정부가 팔 비틀기 식으로 업체들에게 요금 인하를 강요해 시장을 왜곡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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