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관련해 '여권 유력 정치인'의 연루 의혹을 새로 제기하는 등 대여(對與) 총공세에 나섰다. 저축은행 사태를 전(前) 정권 책임으로 돌리려는 청와대의 공세에 밀릴 경우 자칫 민주당으로 칼날이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듯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TF 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은 1일 정진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의 로비 연루 의혹에 이어 여권 유력 정치인의 로비 연루설까지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을 끌어들여 500억원씩 1,000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증자하도록 했고 그 대신 박씨 소개로 포항에 있는 건설회사에 대출해 주는데, 여기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개입돼 있다"며 "다만 그 사람이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로비스트 박씨와 친분이 있는 청와대 라인으로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지목했지만 재차 확인한 결과, 한나라당 실세 정치인이었다는 게 박의원 측 설명이다. 박 의원은 김 실장과 함께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권재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그런 일에 개입할 성격이 아닌 분들"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등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공세를 선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전날 정진석 수석과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친분 관계를 폭로했던 박 의원은 이날 두 사람이 만난 장소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정 수석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 수석은 신 명예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역삼동 경복아파트 사이의 고깃집에 가보면 신씨와 얼마나 많이 나타났는지 알 수 있다"며 "정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모시는 공인이기 때문에 '만났지만 이런 일 했다, 안 했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청와대에 공세를 취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저축은행 사태는 특권과 반칙, 서민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대표적 권력비리 사태"라며 "저축은행 사태는 뭐니 뭐니 해도 이명박 정부가 제때 부실을 정리하지 못하고 키워서 서민 피해자를 만든 사태로, 그 본질은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전략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를 이전 정권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야당에 뒤집어씌워 물타기 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저축은행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의 총집합이다. 백화점 같다"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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