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인가 싶더니 벌써부터 한낮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이러다 봄이 왔다 갈 틈도 없이 초여름으로 불쑥 들어설 것 같다.
이렇듯 날씨가 더워지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습도도 높아져 항문 부위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바로 '항문 소양증' 환자들이다.
항문소양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관련 질환이 있어서 가려운 속발성 소양증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 원인 없이 가려운 특발성 소양증이다. 속발성은 항문이나 직장, 대장질환이 있거나 황달, 당뇨, 갑상선 기능 이상, 기생충 감염 등이 원인이다. 결핵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 약 등의 약물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발성 소양증은 뚜렷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변이 항문 주위 피부에 묻으면 대변 속의 세균과 독소, 효소, 단백질 대사물이 자극을 주어 가려움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긴장감이 높아갈 때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항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항문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커피, 홍차, 콜라, 우유, 맥주, 포도주, 비타민C 등이 있다. 실제로 항문 소양증 환자 가운데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많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1차적으로 연고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권장된다. 물론 증상이 개선되면 연고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으면 알코올과 메틸렌블루 주사요법, 피부박리술을 통해 항문 주변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 고려된다.
메틸렌블루 주사요법과 알코올 주사요법은 항문에서 7~10㎝ 떨어진 4군데에 40% 알코올 7~10㏄를 균등하게 피하 주사한다. 주사 2분 정도 후 감각이 돌아오므로 치료 효과를 바로 알 수 있다. 단, 피부나 근육 내에 주사하면 안 되므로 반드시 대장항문 전문병원에서 시술해야 하며, 이틀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박리술은 항문에서 5㎝ 떨어진 좌우 양측 피부를 절개한 후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을 완전히 벗겨내는 것으로, 항문소양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항문소양증 예방을 위해서는 항문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 저녁으로 샤워기를 이용해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습기를 완전히 없애는 게 요령이다. 다만 과도한 청결은 오히려 항문을 더욱 민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하루 2번 정도만 깨끗이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울러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음식이나 커피를 되도록 삼간다. 의복은 통풍이 잘 돼야 하므로 꽉 끼는 옷이나 땀 흡수가 안 되는 속옷을 피하도록 한다.
이선호 구원항문외과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