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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1> 좁아진 '생명의 길' 뚫는 윤영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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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1> 좁아진 '생명의 길' 뚫는 윤영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
2011.06.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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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건강은 누구보다 자신하던 박모(52ㆍ회사원)씨. 그가 출근하려고 넥타이를 매던 중 갑자기 심한 가슴통증을 느껴 119를 불렀다. 119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박씨는"가…가슴이…수…숨을 쉴 수가 없어요"라는 말만 겨우 내뱉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박씨는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쇼크라는 판정을 받고 곧바로 심장내과 심도자실로 옮겨졌다. 기다리고 있던 윤영원 교수를 비롯한 심장내과 의료진은 작전을 펼치듯 신속히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윤 교수는 관상동맥조영술로 혈액 흐름을 막고 있는 혈전을 찾았다. 관상동맥 내 풍선시술과 스텐트로 심장혈관의 혈류가 회복됐다. 박씨는 병원에 온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평온한 호흡을 되찾았다.

'원스톱 원데이 시술'로 생명 살려

급성 심근경색은 혈전으로 인해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혀 생긴다. 1분, 1초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1시간 내 응급시술을 받으면 90% 이상이 정상 회복된다. 하지만 8시간을 넘기면 절반 이상 사망한다.

현재 치료지침에는 환자가 병원에 온 지 30분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고 90분 내 스텐트시술을 권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를 단축하는 데 주력해, 환자가 병원에 와 스텐트시술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54.8분으로 크게 줄였고, 괄목할만한 치료성과도 냈다. 심장내과 의료진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전문 진료팀의 협조가 이뤄낸 성과다.

또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관상동맥질환 의심환자가 오면 진료와 검진을 원스톱으로 실시하는 '원스톱 원데이 시술'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관상동맥질환의 내과적 중재시술법이다. 이 시술은 관상동맥질환 의심환자의 손목이나 샅 근처 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다음 카테터에 조영제를 넣은 뒤 X선 촬영으로 좁아지고 막힌 혈관 부위를 찾는다. 막힌 혈관 부위에 풍선이 붙은 카테터를 넣어 좁아진 혈관 부위에서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히는 것으로 시술은 끝난다.

윤 교수는 여기에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보강함으로써 좁아진 혈관이 시술 후 다시 쭈그러드는 현상을 크게 줄였다. 최근 이러한 심혈관 중재술이 발전하고, 각종 카테터와 스텐트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불편은 줄고 치료성적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심근경색증으로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으므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혈관이 막혔다면 1분 1초라도 빨리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영원 교수에게 심장 건강의 최대 적인 심근경색에 대해 알아본다.

-심근경색도 암처럼 가족력이 있는가.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비만, 정신적 스트레스, 노화 등이 대표적이다. 심근경색이 유전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상동맥질환은 가족력과 관계가 많다. 최근 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특징적 유전자 배열이 발견됐다. 조만간 유전자검사 등을 토대로 심근경색 위험성을 알아낸 뒤, 개인 맞춤형 예방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당뇨병 등 성인병과 동맥경화가 관련 깊다는데.

"45세 이상 심근경색 환자 중 37%가 비만과 흡연,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관상동맥 협착과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주 원인인 동맥경화는 이런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초기 당뇨병에서 출발한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 환자의 상당수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따라서 평소 동맥경화성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동맥경화성 질환은 심장혈관뿐만 아니라 뇌ㆍ말초혈관 등 모든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고, 빨리 낫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금연과 운동, 체중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약을 적절히 복용해야 한다."

-흡연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60~70%나 높다. 급성심근경색증은 3배, 뇌경색도 2배나 더 많이 생긴다. 특히 30대 후반~50대 초반 한창 활동할 나이에 사망한 사람 가운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3배나 더 많다. 이런 통계만 보더라도 흡연이 혈관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 심장내과에서 최근 2년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입원한 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담배 폐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최근 30~40대 젊은 환자가 전체 환자의 25%일 정도로 크게 늘었는데, 이들 중 75%가 흡연하고 있었다. 이들 젊은 환자를 50대 이상 환자와 비교한 결과,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의한 심장질환보다 흡연으로 인한 게 더 많았다. 젊은 층에서는 흡연?심장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셈이다."

-급성심근경색증이 발병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급성심근경색증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30% 가량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하면 사망률이 10% 이내로 줄어든다. 그렇다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막힌 혈류를 뚫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심장근육은 더 손상된다. 회복 후에도 심부전 같은 후유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가슴통증이 생겨 15분 이상 가라앉지 않으면 재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시간이 곧 생명'이다. 병원 도착 즉시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아 심장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는 게 목숨을 살리는 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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