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실을 1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한 수사가 금융위원회로 확대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고위간부 출신 인사의 이번 사건 연루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금융위는 금융 관련 주요 정책 결정은 물론 금융감독원에 대해 지시ㆍ감독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기구라는 점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전방위 로비에 금융위도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간 줄곧 제기돼 왔다.
검찰에 포착된 김 원장의 혐의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를 대가성이 뚜렷한 돈으로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 혐의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금융계는 2008~2009년 금융위에서 저축은행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서비스국장을 지낸 김 원장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에 큰 혜택을 주는 정책을 다수 마련한 인물"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12월 발표했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채권 매입'이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저축은행 유동성 공급을 명목으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 채권을 장부가의 80%라는 고가에 사들이도록 한 정책이다. 그러나 관련 사업장 가운데 현재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김 원장은 매입 자금에 대해 "캠코가 자기 자금을 들여 PF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공적 자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캠코는 자기자금이 부족해지자 결국 국회 동의를 얻어 조성된 구조조정기금을 사용했다.
김 원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PF대출로 위험에 빠진 저축은행은 하나도 없다"며 "저축은행의 PF대출이 자기자본비율(BIS)을 크게 깎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PF대출 문제의 이슈화를 차단한 발언인 셈인데, 김 원장의 발언과는 반대로 무리한 PF대출은 상당수 저축은행의 몰락을 부른 직접적 요인이 됐다.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부실 저축은행 인수시 수도권 지점을 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준 정책(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도 김 원장이 금융위에 재직할 당시 입안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이에 따라 대전, 중앙부산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지만, 그 부작용은 지난 2월 영업정지로 이어졌다.
김 원장은 저축은행 업계에 줄곧 우호적 입장을 취해 왔던 셈이다. 그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은행팀장과 은행감독과장 등을 지내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의 고교(광주일고) 후배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2009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는데, 퇴출 저지를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였던 부산저축은행의 구명을 위해 금융위나 금감원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원장에 대한 수사는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검찰이 금융위를 정면으로 겨누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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