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어린이의 성장점을 자극하는 경혈을 다리의 족삼리(足三里)와 삼음교(三陰交)로 보고 있다. 에 따르면, 족삼리는 위장과 연결돼 있다. 소화ㆍ흡수 등 위 기능을 도와 식욕부진이나 편식ㆍ위무력ㆍ위경련 등이 생기면 이 부위에 침을 놓는다. 삼음교는 콩팥 기능과 관련 있는 혈자리다. 콩팥과 이자, 간의 세 경락이 지나는 길목으로 배뇨와 생식 기능, 여성에선 생리현상을 주관한다. 족삼리는 무릎관절에서 손가락 세 마디 아래쪽 옆면, 삼음교는 안쪽 복숭아 뼈에서 9㎝ 올라간 지점이다.
김남선 알레르기 전문 영동한의원 원장은 최근 저성장 어린이에게 족삼리와 삼음교 혈자리를 레이저 침으로 자극했다. 침은 10분씩 주 2회, 1년간 지속했다. 임상은 한 그룹당 50명씩 6개 그룹 3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침 대신에 레이저를 택한 것은 어린이들이 침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저주파 레이저는 경혈에 패드를 붙여 쪼이므로 아프지 않고 편안히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저성장의 기준은 ▦학급에서 작은 순으로 세 번째 안에 들거나 ▦사춘기가 됐는데도 키가 아주 작은 경우 ▦친가ㆍ외가 부모가 모두 작은 경우 ▦비염ㆍ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가 있는 작은 어린이 등이었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어린이들의 평균 성장은 종래 연평균 3.3㎝였다. 그러나 시술 받은 1년 동안엔 4.29㎝가 자랐다. 특히 1년에 9.9㎝까지 자란 사례도 있었다. 가장 성장률이 좋았던 그룹은 코 알레르기 질환군이었다. 17세인 L양의 경우 치료 몇 년 전에는 1년에 1㎝ 수준으로 자랐지만, 비염을 병행 치료한 뒤에는 4㎝로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다.
김 원장은 "어린이의 영양흡수를 돕는 족삼리와 생식기능의 호르몬 분비를 돕는 삼음교 자극이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두 혈자리가 다리에 있어 성장판에 풍부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집에서라도 아로마 오일로 두 혈자리를 꾸준히 자극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17일 일본 쓰쿠바에서 열리는 전일본침구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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