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여성에게 처녀성검사를 실시한 사실을 인정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집트 군부의 고위 장성은 '민주화의 봄' 기간에 타흐리르광장에서 체포된 여성들을 상대로 처녀성검사를 실시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구금됐던 여성들은 당신의 딸이나 내 딸과 같지 않다"며 "이들은 남성들과 함께 타흐리르광장 텐트에서 잠을 잤고 천막 안에서 칵테일과 마약을 발견했다"고 말하면서 시위여성들의 정조 관념을 문제삼았다. 나아가 "우리가 처녀성검사를 한 것은 이 여성들이 군부대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을 듣고 싶지 않았고 애초에 이들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운동가들과 블로거들은 군부의 행위를 맹렬히 비난하며 1일 온라인시위를 가졌다. 한 블로거는 "여성 시위대를 상대로 한 처녀성 검사는 인권 침해이자 역겨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이집트 당국이 처녀성 검사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군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경험이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행은 정당하다고 시사하는 이집트군 관계자의 발언은 성차별주의적 태도이자 비뚤어진 정당화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는 여성 시위대 고문과 처녀성 검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아들 알라, 가말에 대한 첫 공판이 8월 3일 북카이로형사법정에 열린다고 AFP통신이 법조계 소식통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무바라크 부자는 1월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와 직위와 권한을 남용해 부정축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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