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사태의 끝은 어디인가.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검사 무마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박태규 씨 등 브로커들이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청와대, 여야 정치권 등 힘있는 기관을 상대로 무차별적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장 재직 때 오만 군데에서 압력을 받았다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점차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어제는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인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전 원장은 금감원장에 취임하기 전날까지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아시아신탁의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오해를 살 소지는 다분하다. 더욱이 김 전 원장은 지난해 2월 은 전 위원에게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완화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권력층 인사들의 비리 행각에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민주당 의원이 보해저축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청와대에 로비를 벌였다며 맞불을 놓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로 잘못이 없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누가 뇌물을 받고 저축은행의 뒤를 봐줬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꼬리 자르기로 나온다면 특검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파헤치는 방법도 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공분이 큰 이번 사태의 실체를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정치공방을 자제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 감사 등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개선책을 내놓기 바란다. 비리 관련자들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금융감독과 정책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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