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폰을 사용하면 악성 뇌종양(뇌암ㆍbrain cancer)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거나, 휴대폰을 직접 귀에 갖다 대는 대신 이어폰을 꽂고 통화하는 핸즈프리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14개국 31명의 전문가와 8일간의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전자기장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그룹 2B'로 분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 1'은 암을 유발할 때, '그룹 2A'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규정된다. 조너선 새멋 IARC 소장은 "전염병학 연구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휴대폰의 무선 전자기장이 신경 교종(악성 뇌종양의 일종)의 발생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새멋 소장은 특히 "휴대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이들의 경우 위험이 더 크다는 점도 10년간 이뤄진 연구에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멋 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휴대폰과 암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IARC의 공식 보고서를 작성할 과학자 커트 스트라이프도 "휴대폰 사용으로 신경 교종이 늘어났다는 증거는 있지만 휴대폰 사용이 암을 초래했다고 볼 증거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IARC의 의견에 당장 휴대폰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업자 대표 조직인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이번 조사는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편견과 오류가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CTIA는 또 이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휴대폰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 점을 들며 반박했다. 휴대폰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억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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