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잘해야 본전이었다. 1일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주제로 사상 초유의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한 국방부의 분위기가 그랬다. 이미 개편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 마당에 뒤늦게 갑론을박하는 자리를 마련해 봐야 괜한 분란만 일으킬 터였다. 하지만 국방부의 일방주의를 질타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등 떠밀리듯 토론회가 열렸고 상당수 참석자들은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토론자들은 3시간 넘게 찬반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맞붙었다. 김혁수 예비역 해군준장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합동성의 문제나 군 구조 때문이 아니라 군 지휘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며 “각군 참모총장을 합참의장 밑에 꾸역꾸역 집어 넣으면 합동성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휘체계가 바뀌면 미국은 최소 2년간 검증하는데 우리는 태극연습을 달랑 3일간 해놓고 검증을 했다고 한다”며 20여분간 조목조목 개편안을 비판했다.
이에 객석 한편에서는 “옳소”라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다른 편에서는 “무슨 헛소리냐, 그만 내려와라”며 야유를 보냈다.
반면, 한광문 예비역 육군 소장은 “군은 전쟁을 대비하는 곳이고 군 조직개편은 국방장관 고유의 권한”이라며 “예비역이 육ㆍ해ㆍ공군이 어디 있냐.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청중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이한호 전 공군총장은 “정부가 개편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다 정신 나간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각군 총장이 군령계선에 들어가지 않아서 합참의장이 작전을 지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때문에 상부구조를 바꾼다는데 당초 2012년에 하려다 미뤄진 것 아니냐”며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호들갑 떠는 것은 군이 스스로를 폄하하고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승부 예비역 육군소장은 “개편안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군이 전쟁을 책임지는 위치에 들어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간첩침투와 국지도발 대비에 그치고 있는 합참의장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가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많았다. 장호근 예비역 공군소장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을 놓고 국민의견 수렴하는 것은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꼴”이라며 “국방부가 진정으로 수정, 보완하려면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현역ㆍ예비역 장교, 민간 전문가, 시민, 대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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