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이 승부조작 근절과 재발방지 대책으로 자진신고제를 내놓았다.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1일 강원도 평창군 한화 휘닉스파크에서 이틀간 열린 K리그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16개 구단 단장과 코치진, 선수들이 합의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연맹은 “오늘부터 13일까지 자진 신고 접수를 받기로 했다. 이 기간에 자진신고하면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진신고는 스포츠토토, 불법베팅, 승부조작 등에 관여한 선수나 관계자 스스로의 양심 선언을 뜻한다.
또 연맹은 비리근절을 위해 선수와 축구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총장은 “이메일, 전화, 직접방문 등으로 가능하다. 고발자의 신분은 철저하게 보장되며 적정한 보상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신설한 비리근절대책위원회와 별도로 상시 기구를 신설, 승부조작 재발 방지에 힘쓸 예정이다.
이날 K리그 워크숍은 선수단 전체가 ‘도박 및 부정행위 근절 서약서’를 낭독,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6개 구단 선수단 및 관계자는 ‘연맹의 요청 시 본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사용과 계좌 입출금 내역 등 개인정보열람에 반드시 협조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했다.
승부조작 주도자의 경우 연맹의 상벌규정에 따라 영구제명까지 당할 수 있고 5,0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연맹은 구단의 관리 책임도 강화했다. 부정ㆍ불법 행위자를 알고도 묵인했거나 소속 선수의 부정행위 적발 시 구단 관리자, 감독에게 강력한 징계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연맹에서 제시한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중대 사안 치고는 해결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과감한 결단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너무 귀를 기울였다는 평가다. 골키퍼 김병지(경남)는 “물론 자진신고와 고발이 쉽진 않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조차 ‘자진신고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 선수는 “스스로 신고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안 할 것 같은데요”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또 다른 선수는 “모르겠어요. 저 같으면 엄두도 못 낼 것 같아요”라며 분위기 조성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자진신고제는 선수들 도움 없이는 효력이 발휘될 수 없는 대안이다. 부정ㆍ불법을 묵인할 시 구단과 감독에게 돌아가는 징계의 강도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수사권이 없는 연맹으로선 강제로 승부조작 의혹 선수를 조사할 수도 없는 구조다.
한 선수는 “차라리 연맹에서 소문이 도는 선수들을 수사 기관에 넘겨 조사받게 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그러면 소문에 연루된 선수 본인뿐 아니라 동료들도 불신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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